오는 21일은 북한인권에 기념비적인 계기가 마련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2013년 3월 21일 유엔 인권이사회는 22/13호 결의안을 채택해 북한에 대한 인권조사위원회(COI)의 설립을 결정했다. 이 조사위원회는 이듬해인 2014년 2월 17일, 11개월간 실시한 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372쪽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 인식을 완전히 뒤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유엔의 조사위원회는 대규모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그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유엔의 몇 안 되는 단속 장치이다. 2004년 수단의 다르푸르 국제조사위원회, 2006년 레바논, 2011년 리비아, 시리아, 코트디부아르에 설립된 조사위원회 등이 북한인권조사위원회에 앞선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북한 이전의 경우에는 모든 조사 대상국들이 무력충돌 발생지였는데, 북한의 경우에는 무력충돌이 없는 상황에서 설립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이 특이하다. 이 또한 북한인권의 실상을 국제사회가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COI 보고서의 조사 내용과 권고 사항은 워낙 의미가 크기 때문에 설립 10주년이 된 이 시점에서 세 가지 핵심 사항은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북한 정권이 3대 세습을 거치는 동안 자행된 수십 년간의 조직적 인권탄압이 '반인도 범죄'로 규정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책임 추궁을 위해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지도층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한 사항이다. 그리고 셋째, 다들 쩔쩔매는 중국에 대해서도 탈북자의 강제북송은 반인도 범죄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이 국제난민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권고한 점이다.
COI가 설립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인권에 대한 유엔과 국제사회의 책임의식은 여전하다. 문제는 한국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 인권정책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최악의 시기로 기록될 법하다. 정권 임기 내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를 거부했고, 북한 선원 2명을 강제북송하는 등 북한인권 증진에 반하는 정책만 골라 펼쳤다. 오죽했으면 2021년 4월 미 의회가 문 정부를 대상으로 대북전단금지법과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청문회까지 열었겠는가.
인류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가 국제적으로 훼손된 우리 이미지를 회복시키려면 북한인권을 핵심 국정목표로 설정하고 국제사회에 행동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효성과 상징성을 겸비한 구체적인 북한인권정책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 로드맵에 들어갈 10대 제안들을 뽑자면 다음과 같다. ①유엔 인권이사회 또는 총회에서 COI 보고서의 권고안 이행에 대한 우리 입장 선포 ②대북정보 유입 합법화 및 확산 ③북한인권재단 출범 ④대북 심리전 재개 ⑤중국의 강제북송에 대한 공식 항의 및 유엔난민기구(UNHCR)의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접근 확보 요청 ⑥탈북 '동남아 루트'인 라오스, 태국, 베트남을 상대로 강제북송 예방외교 ⑦중국 또는 몽골에 UNHCR 난민캠프 건립 제안 ⑧탈북자 정착 지원 대폭 확대 ⑨북한의 유엔 활동 제한 검토(남아공 벤치마킹) ⑩인권판 샹그릴라 다이얼로그 서울 개최 등이다.
윤석열 정부가 강력한 인권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워 경제강국, 문화강국에 이어 '인권강국' 창출에 성공한다면 결국 자유민주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시대도 그만큼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