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내놓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의 핵심은 ‘주 최대 52시간 근로’의 경직성을 해소하고 노사에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의 지향점으로 선택권과 함께 건강권과 휴식권을 제시했지만, 뜯어보면 제도 악용으로 과로사회로 회귀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주 단위’ 근로시간 제도가 선택권을 제약하고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봤다. 이에 ‘주 52시간제’의 틀은 유지하되 노사 합의로 연장근로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연장근로를 3개월에 140시간, 1년에 440시간을 허용해 해당 기간에 배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주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되,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지 않을 때는 64시간까지만 허용토록 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주 최대 68시간이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한 것은 노동자들의 휴식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경직된 규제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2030세대의 절반 이상(55.3%)이 주 3, 4일간 몰아서 일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도 이런 요구와 맞닿아 있다.
문제는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번 주 연장근로를 했다고 다음 주 업무가 쌓여 있는데 조기 퇴근을 하기란 눈치가 보이는 게 현실이다. 근로시간 기록이 철저히 관리돼야 하지만, 대기업은 몰라도 중소기업에서 잘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주 64시간 근로 시에는 연속 휴식 조건조차 없어, 극단적으로는 이틀 이상 내리 근무하는 게 허용된다. 노동계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휴식은 없고 사업주의 이익만 있을 뿐”이라는 반발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입법 과정에서 야당, 노동계 등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제도 보완없이 편법, 악용 사례를 단속으로만 막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