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관련 해법이 발표되면서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꽉 막혔던 두 나라의 산업 관련 논의도 속도를 내게 됐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 수출 관리 정책 대화를 갖기로 하고 이 기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정책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한일 수출규제 현안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부는 수출규제에 관한 한일 간 현안 사항에 대해 양측이 2019년 7월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관련한 양자 협의를 신속히 해나가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발표했다. 두 나라는 조만간 한일 간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열어 이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분쟁 해결 절차 철회가 아니라 잠정 중지"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와 우리 정부의 WTO 제소 철회의 순서를 두고 양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관련 협의를 위한 '중간 과정'을 먼저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19년 9월 우리나라가 일본을 WTO에 제소한 후 양국은 같은 해 12월과 이듬해 3월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2020년 6월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했다.
강 정책관은 "WTO 제소 상황은 양국의 패널 구성 절차 단계에 있었다"며 "지금으로서는 2020년 국장급 대화 때보다 (수출 규제 해소에)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 역시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양국 간 (수출 규제 관련) 협의가 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양국 간 외교 현안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출 규제 문제도 해결하는 과정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같은 시각 일본 경제산업성도 "반도체 소재의 수출 관리 강화 조치와 관련, 한일 양국 정부의 국장급 정책대화를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조치가 안보적 관점에서 시행한 것이며 강제 동원 문제와 별개라는 입장을 유지해 우리 정부와 온도차를 보였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은 "경산성을 통해 WTO 분쟁 해결 절차 정지를 포함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3년 넘게 일본의 수출 규제로 우리 정부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고, 반도체 분야의 대일 의존도는 크게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한국에 실익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강 정책관은 "이런 노력에도 기업의 불확실성은 남아 있었다"며 "양국의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통해 공급망 안전장치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일본 피고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리자 이에 반발해 2019년 7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섰고, 같은 해 8월에는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 리스트에서도 한국을 뺐다. 한국은 2019년 9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