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검찰 출신 변호사에게 연 50% 이자율로 10억 원을 빌린 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에서 17억 원을 빼내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법조인들과의 돈거래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7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김씨는 대장동 개발사업 배당금이 나오던 무렵인 2019년 5월 천화동인 1호에서 17억2,800만 원을 빌렸다. 김씨는 이 돈을 전액 수표로 출금해 A변호사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에서 천화동인 1호에서 돈을 빌린 경위에 대해 "2017~18년 A 변호사에게 10억 원을 차용해 회사 직원들 활동비 등으로 쓰고 이자를 더해 17억2,800만 원을 갚았다"고 진술했다. A 변호사는 2015년 8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화천대유에서 자문 활동을 했던 검찰 출신 법조인이다. 김씨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 소개로 A 변호사를 알게 됐다고 했다. A 변호사는 2019년까지 자문료로 매달 1,100만 원을 받다가 2020년부터는 월 100만 원씩 수령했다.
검찰은 김씨가 법정 최고 이자율(당시 연 24%)의 두 배가 넘는 연 50%로 돈을 빌린 점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돈거래 경위를 조사했다. 김씨는 A 변호사 이외에는 연 50% 이자로 돈을 빌린 적이 없다. 그는 "본인(A 변호사)이 달라고 해서 줬다. 당시 저도 좀 언짢았다"고 말했다. 이자율이 높았지만 이미 빌리겠다고 말한 터라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처음에는 직원 활동비 등 회사 운영 명목으로 A 변호사에게 돈을 빌렸다고 진술했다가, 사적 용도로 대부분 썼다고 말을 바꿔 의심을 키웠다. 그는 A 변호사에게 받은 돈을 화천대유에 넣지 않고 자신의 차량에 보관하면서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A 변호사에게 빌린 10억 원 중 위례신도시 민간업자 정재창씨에게 2억 원,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 이기성씨에게 1억 원, 중앙일간지 언론인에게 1억 원 등 4억 원을 채무 상환에 썼고, 조우형씨 등 지인 2명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1억 원씩 2억 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또 알펜시아 콘도 회원권 2개를 구입하는데 2억 원, 벤츠 차량 구입에 1억6,000만 원을 썼다고도 밝혔다. 김씨는 "(10억 원 가운데) 몇 천만 원은 직원 활동비로 쓴 것 같다"고 답했다.
A 변호사는 검찰에서 김씨가 알아서 차용증에 연 50% 이자율을 기재해 찾아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A 변호사가 김씨에게 받은 17억여 원을 상품권업체와 사채시장을 통해 현금으로 전환한 정황도 파악했다. A 변호사는 연 50% 이자율로 돈거래한 경위에 대해 "당시엔 돈을 못 받을 리스크가 크지 않았겠느냐"며 "돈이 없던 김씨가 여러 차례 사정해 빌려준 사인 간 거래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당시 김씨는 고민 끝에 빌려준 제게 고마워했을 뿐 연 50% 이자에 '언짢았다'는 진술은 사실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만배씨 사건을 수임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인을 비롯해 김씨가 주변 법조인들과 오간 자금 흐름과 용처를 면밀히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