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전에 테일러가 있었다

입력
2023.03.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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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브리오나 테일러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2개월여 전, 켄터키주 루이빌의 만 26세 여성 브리오나 테일러(Breonna Taylor)가 백인 경찰의 총격에 죄 없이 숨졌다. 플로이드 때와 달리 테일러 사건은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없어서, 경찰이 자신들의 위법 사실을 숨겨서 덜 알려졌다.

3월 13일 자정 직후 사복 경찰들이 테일러의 집 문을 공성망치로 부수며 급습했다. 함께 있던 애인 워커(Kenneth Walker)는 테일러의 마약상 전 애인이 침입한 것으로 오인해 먼저 총을 쏘았고, 경찰이 32발을 응사했다. 테일러는 6발을 맞고 숨졌고 경찰관 한 명이 무릎 부상을 입었다. 켄터키 주법상 무단 침입 시 권총 발포는 정당방위다. 경찰 역시 사전에 경찰임을 고지해야 하는 ‘노크 영장(Knock and announce warrant)’이 있었고, 그들은 그 규정을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커는 전혀 들은 바 없다고 진술했고, 주민 12명 중 ‘경찰’이란 외침을 사전에 들은 이는 단 한 명뿐이었다. 경찰관 중 현장 촬영용 보디(body)카메라를 착용한 이는 없었다.

병원 응급구조사로 일하던 테일러는 전 애인과 헤어진 뒤 창고관리원인 워커와 사귀며 간호사 시험을 준비 중이었지만 경찰은 그 사실을 몰랐다. 테일러를 마약밀매 종범으로 의심한 경찰은 그의 집을 수색하기 위해 정황까지 조작해 법원 수색영장을 받아냈다. 뒤늦게 저 사실들이 밝혀져 경찰관 4명이 해고됐고, 유죄를 인정한 한 명을 제외한 셋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루이빌 경찰은 테일러 유족에게 1,200만 달러, 워커에게 200만 달러 배상금을 지급했고, 시의회는 6월 ‘노(No) 노크 영장’ 즉 사전 고지 없이 급습할 수 있는 영장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고 수색-체포시 경찰관의 보디카메라 착용을 의무화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