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매국 협상"… 정부 '3자 변제' 강제동원 해법에 시민사회 강력 반발

입력
2023.03.06 16:40
2면
"日 사죄·배상 없는 강제동원 해법" 비판
철회 때까지 촛불집회 등 저항운동 지속
대리인단 "생존 피해자도 3명 모두 반대"

정부가 6일 일본의 사죄와 배상 없는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해법을 내놓자 시민단체와 피해자 측은 즉각 반발했다. 한 세기 전 일제의 한국 강제병합을 빗대 ‘경술국치’ ‘매국선언’이라는 격한 성토도 나왔다.

민족문제연구소, 정의기억연대 등 61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 없는 강제동원 해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왜 대통령이 일본에 면죄부를 주느냐’ ‘친일 굴욕외교를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정부의 과거사 대책을 규탄했다. 이들은 외교부의 공식 발표에 맞춰 항의의 의미로 부부젤라(아프리카 전통악기)를 다같이 불기도 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104년 전 이완용과 을사오적의 경술국치 선언과 다를 것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도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은 실정법의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진 대법원의 판결에 위반하는 직무 집행을 했다”며 “헌법에 규정된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양국 경제단체 주도로 청년기금을 마련한다는 후속 조치에도 비판이 이어졌다. 신미연 서울겨레하나 운영위원장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이미 10년 전 사죄와 배상 없이는 절대 안 된다고 내친 방안”이라며 정부 발표를 ‘역사적 퇴행’으로 규정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저항운동에도 돌입했다. 평화행동은 이날 저녁 서울광장에서 긴급 촛불집회를 개최했고, 7일에는 국회 앞에서 비상 시국선언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양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도 함께한다. 주제준 평화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안을 철회할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제철과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한 민족문제연구소와 법률대리인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외교 성과에 급급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이 아닌 기부금을 받으라는, 부당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대법원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생존자 3명) 중 정부안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 이는 절반이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대리인단에서 활동하는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는 “정부안에 긍정 의사를 보인 분은 절반 이하”라며 “생존해 있는 고령 피해자 3명 모두 명시적 반대 의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 측이 정부 해법에 동의하면 한국 정부 및 재단(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협의해 이후 채권소멸(포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외교부와 재단이 대리인과 협의해 채권소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안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은 이전과 같이 집행 절차를 계속 이행할 방침이다.

김소희 기자
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