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폐암으로 숨진 탄광 경비원… “업무상재해 인정”

입력
2023.03.06 11:11
20년 경비 업무, 6년 갱내 채탄 업무
법원 "폐암 발병 업무 연관성 인정"

탄광에서 경비원으로 일했지만 일정 기간 갱내에서 채탄 작업을 했다면 업무상재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대)는 26년여간 탄광에서 일하다가 퇴직 후 숨진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62년부터 탄광 2곳에서 일하면서 주로 갱도 밖 경비 업무를 했지만, 5~6년 정도는 갱도에서 채탄 업무를 했다. 1989년 퇴직한 A씨는 81세이던 2016년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같은 해 사망했다.

A씨 유족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 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A씨가 대부분의 기간을 경비원으로 근무해 폐암 발암물질인 결정형 유리규산 노출량이 부족하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재심 청구 등도 모두 기각되자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갱내작업 이력이 있는데도 경비 업무 기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폐암 발병의 업무 관련성을 부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최소 2~3년 이상 갱내 작업을 했다면 업무와 폐암 사이의 관련성이 높다”는 근로복지공단 자문 의사 의견과, “탄광 갱도와 다소 거리가 있는 인근 마을의 주민들도 다른 곳에 비해 폐암 발병률이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자료를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마을 주민들보다 훨씬 탄광과 가까운 곳에서 경비 업무를 수행한 기간을 일률적으로 고려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대 6년간 갱내에서 채탄 작업을 했고 여기에 더해 최소 20년간 갱외 주변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으므로 폐암의 업무 연관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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