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일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6일 발표한다. 대법원이 2018년 10월과 11월 피고기업(신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1억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지 4년 4개월 만이다. 하지만 정부 해법에 당사자인 일본 전범기업들은 배상 책임에서 빠져 있어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 측 발표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나선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대법원에서 승소한 피해자(유족) 15명에게 재판금(배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재원은 포스코 등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일본이 지급한 돈으로 수혜를 입은 국내 기업의 기부로 조성한다. 재판에서 패한 일본 측 소송당사자는 뒤로 빠지고 제3자가 대신 갚는 이른바 '대위변제' 방식이다.
정부는 피고기업이 재단에 출연해야 한다고 일본에 줄곧 요구해왔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 아직 소송이 끝나지 않았거나 향후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가 수백 명으로 추산되는 만큼, 정부와 재단은 이들을 포괄할 특별법 마련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 발표 직후 일본 정부도 호응조치를 내놓는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역사 반성의 의미가 담긴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뜻을 표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우선 거론된다. 오부치 전 총리는 당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일본은 2019년 일방적으로 발표한 수출규제를 해제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정상화하는 등 양국 간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성의를 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정부는 양국 재계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을 통해 유학생 장학금 등을 지원할 재단 또는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잠정 확정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5일 미국으로 출국 직전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일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청년세대, 미래세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양국 경제계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일단락 지은 뒤에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위해 이달 하순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외교는 2011년 1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교토회담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이 같은 내용의 정부 최종 해법이 알려지자 강제동원 피해자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송대리인단의 임재성 변호사는 "일본으로부터 판결금 재원 부담이나 실효적 사과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했다"면서 "최악의 안으로 귀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