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부활' 고진영, 딱 1년 만에 LPGA 우승... 다시 '고진영 천하' 오나

입력
2023.03.0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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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이 우승으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고진영(28)이 오랜 부상과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와 정확히 1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들의 LPGA 투어 18개 대회 연속 무관의 사슬도 끊어냈다.

고진영은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 클럽 탄종 코스(파72‧6,749야드)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넬리 코다, 대니엘 강(이하 미국)이 한때 1타 차로 추격하기도 했지만, 고진영은 고비마다 날카로운 아이언 샷을 앞세워 한 순간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친 고진영은 2위 코다(15언더파)를 2타 차로 제치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14승째. 우승 상금은 27만 달러(약 3억5,000만 원)다.

지난해 이 대회까지만 해도 LPGA 투어는 ‘고진영 천하’였다. 10개 대회 동안 무려 여섯 차례 우승을 휩쓸어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하지만 이후 자신의 골프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손목 부상과 함께 부진의 터널에 들어간 뒤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7개월 동안 출전 대회에서 한 번도 10위 안에 들지 못했고, 컷 탈락과 기권이 이어졌다. 지난해 8월부터 두 달간 투어를 떠나 부상 치료에 전념하는 동안 9개월 연속 지켜온 세계 랭킹 1위 자리에서도 내려와야 했다. 고진영의 현재 세계 랭킹은 5위다.


자존심을 구긴 고진영은 두 번 결별했던 이시우 스윙 코치와 다시 팀을 꾸려 지난겨울 베트남에서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더니 지난달 태국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에 올 시즌 처음으로 출전해 공동 6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되찾았고, 마침내 이번 대회 우승으로 부활을 알렸다.

이번 대회는 디펜딩 챔피언 고진영을 포함해 세계 랭킹 상위 20명 중 18명이 출전한 진검 승부였다. 나흘 내내 비가 내려 경기가 여러 차례 중단됐지만 고진영은 집중력과 경기 감각을 잃지 않았다.

코다에 2타 앞선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이한 고진영은 1번홀(파4)부터 버디로 타수를 줄였다. 코다가 3~5번홀 연속 버디로 쫓아왔으나 고진영이 5번홀(파5)에 이어 8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잡으며 격차를 유지했다. 고진영이 후반 11번홀(파4) 보기로 주춤한 사이 전반에만 4타를 줄인 교포 대니엘 강이 맹추격했다.

승부처는 13번 홀(파5)이었다. 세 번째 샷이 그린에 안착했으나 핀과 약 6m 거리에 떨어졌다. 까다로운 버디 퍼트였음에도 고진영의 퍼트는 자로 잰 듯 정확히 홀로 빨려 들어갔다. 대니엘 강을 다시 2타 차로 따돌린 고진영은 우승을 자신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16번홀 진행 도중 쏟아진 폭우도 고진영을 막아설 순 없었다. 약 1시간 지연된 끝에 재개된 경기에서 고진영은 16~17번홀을 파로 막으며 우승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16번홀까지 고진영에게 3타 뒤져 있던 코다는 막판 역전을 노렸으나 17번홀(파3)에서 파에 그치며 마지막 추격 기회를 놓쳤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코다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지만 고진영이 침착하게 파를 지켜 1년 만에 우승을 확정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여자골프도 우승 갈증을 풀었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해 6월 전인지(29)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18개 대회 연속 무관이었다. 이는 2007년 7월 에비앙 마스터스부터 2008년 5월 코닝 클래식까지 27개 대회 연속 무승 이후 15년 만에 나온 최장 기록이었다.

한편 신지애(35)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2023시즌 개막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신지애는 이날 일본 오키나와 류큐 골프클럽(파72·6,560야드)에서 열린 JLPGA 투어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토너먼트 대회에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파를 기록, 3타차 우승을 차지했다. JLPGA 투어 통산 29승째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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