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구단 자금으로 보수당에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웨스트햄 팬들의 성향에 반하는 것이자, 클럽의 정치적 운영을 금지하려는 영국 정부 정책과도 충돌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웨스트햄이 지난해 8월 26일 9,000파운드(약 1,400여만 원)를 보수당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웨스트햄은 2016년에도 1만2,500파운드(약 2,000여만 원)를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웨스트햄의 기부는 구단 수뇌부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부를 주도한 인물은 2010년 웨스트햄 부회장 자리에 오른 캐런 브래드 상원의원과 데이비드 설리번 구단주 등이다. 이들은 모두 노동당이 아닌 보수당을 지지하는 인물로 전해졌다.
웨스트햄의 기부는 200년이 넘게 클럽을 지켜 온 팬들에게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웨스트햄은 1800년대 후반 런던의 노동자들이 창설한 클럽으로, 현재도 진보적 성향의 열성팬을 보유하고 있다. 노동당 관계자는 "웨스트햄 수뇌부의 기부는 50파운드의 경기 입장권을 사는 팬들을 납득시키지 못할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웨스트햄 수뇌부의 돌출 행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설리번 구단주는 최근 "클럽의 정치적 편향성을 감시하려는 독립규제기관(IREF) 창설은 끔직한 구상"이라며 "나는 정부 간섭이 아닌 자유 기업 체제를 믿는다"고 발언했다. EPL 클럽을 구매하려는 거대 자본의 횡포를 막기 위한 감시·감독이 구단 운영에 해가 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