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하면서 제작했는데" '유아인 차기작' 조연 배우의 하소연

입력
2023.03.04 13:03
"모두 물거품 되려 해" 드라마 '종말의 바보' 출연 배우 SNS에 글 올려 
날벼락 맞은 넷플릭스... '지옥2' 배우 교체했지만, '승부' 등 공개 비상

"캐스팅 소식의 반가운 전화도 가슴 설레던 첫 촬영의 기억도 모두 물거품이 되려 한다". 배우 김모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에 출연했고 지난해 8월 모든 촬영을 마쳤다. 올 하반기 공개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한 유아인(37ㆍ본명 엄홍식)이 마약류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작품 공개를 앞두고 먹구름이 끼자 참담한 심경에 하소연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그의 잘못된 행동이 사실이라면 지탄의 대상임이 확실하다. 두둔하거나 옹호할 생각도 더군다나 없다"며 "다만 그냥 못내 그렇게 수 많은 사람의 수고와 희생으로 탄생을 앞두고 있었던 '종말의 바보'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까봐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김씨를 비롯해 드라마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시리즈를 쓴 정성주 작가는 건강이 좋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대본 작업을 마무리했다. 정 작가는 드라마 '아내의 자격'(2012)을 비롯해 '밀회'(2014) 등을 통해 신랄한 현실 풍자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작가로, '풍문으로 들었소'(2015) 이후 건강 문제로 한동안 작업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아인이 스타덤에 오른 것도 정 작가가 쓴 '밀회'를 통해서였다.

유아인이 마약류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넷플릭스는 '날벼락'을 맞았다. '종말의 바보' 뿐 아니라 유아인이 촬영을 앞둔 작품 등 여러 편을 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6월 예정된 새 시리즈 '지옥2' 촬영에서 유아인을 결국 제외했다. 시즌1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한 유아인은 애초 시즌2에도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촬영 합류가 무산됐다. 그가 작품에서 맡았던 사이비 종교단체 새진리회 수장인 정진수의 배역은 김성철에게 돌아갔다.

유아인이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승부'도 올 4~6월 사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이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던 영화 '하이파이브' 개봉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연 배우를 향한 여론이 사나워진 상황에서 예정대로 작품 공개를 밀어붙였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데다 흥행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탓이다.

경찰은 유아인이 2021년부터 이른바 '우유주사'라 불리는 전신마취제 프로포폴을 의료 외 목적으로 상습 투약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그의 모발에선 대마와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 외에 또 다른 마약 성분이 추가로 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아인 소속사 UAA는 "경찰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며 "추후 조사 일정이 정해지면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밝혔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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