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데 앙심을 품고 일면식도 없는 노부부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14년을 선고받은 아프가니스탄 국적 남성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그는 수인 신분으로 한국에 더 머물 수 있게 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14년을 선고 받은 A(35)씨가 지난달 28일 대법원에 상고 취하서를 제출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A씨가 난민 지위 신청 당시 합법 체류자 신분이어서 추방당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14년 형기를 채우고 추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8일 대전 유성구 한 주택가에서 화단을 정리하고 있던 B(67)씨의 목을 흉기로 찌른 뒤 이를 막아서는 B씨 남편(72)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날 오후엔 구금돼 있던 대전 둔산경찰서 유치장에서 발로 인터폰을 걷어찼다.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지난해 4월 2일엔 플라스틱 젓가락으로 다른 수용자의 눈과 얼굴을 찔러 상처를 입혔다.
A씨는 대학 졸업 뒤 201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3년간 통역 업무를 하다 2018년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입국했다. 그는 2020년 법무부에 난민 인정 신청을 했지만 무산됐다. A씨는 지난해 5월 출국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불안감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귀국할 경우 탈레반 정권이 한국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통역업무를 한 과거 행적을 빌미로 자신에게 보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며 "범행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로 현실을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와 정황이 없고, 피고인이 정신질환 감정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아 인정하기 어렵다"며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별다른 이유 없이 살해하려 한 점으로 볼 때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2심도 "피해자들은 생면부지 외국인으로부터 흉기로 목을 베이는 상처를 당해 평생 치유되지 못할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당했다"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