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의 시선으로 보다... 창덕궁 인정전 내부 공개

입력
2023.03.04 18:00
전등 달고 유리창에 커튼 설치, 돌 바닥은 마루로 개조
순종이 1900년대 초부터 쓰던 집무 및 생활 공간
'창덕궁 깊이 보기, 궐내각사' 4월 말까지 예약제 운영




창덕궁의 정전이자 국보 제225호인 인정전의 내부가 3일 일반에 공개됐다. 인정전은 조선 제27대 왕 순종의 결혼식과 세자 책봉식을 비롯해 국왕이 외국 사신을 접견하는 등 국가적인 공식 행사가 열린 곳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그동안 밖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인정전의 내부를 이날 미리 신청한 20명에게 공개하는 심화 해설 프로그램 '창덕궁 깊이 보기, 궐내각사'를 진행했다.

인정전에 들어서니 안쪽 벽 앞 중앙에 자리 잡은 임금의 어좌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뒤로는 왕권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가 펼쳐져 있다. 일월오봉도는 임금을 뜻하는 해와 왕비를 의미하는 달, 임금이 다스리는 삼라만상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봉우리가 그려져 있다.



인정전은 1907년 순종이 거처를 창덕궁으로 옮기면서 내부를 정비했는데, 당시 현대식 전등과 유리창 그리고 커튼을 새로 설치했다. 바닥에는 전돌(흙을 구워서 만든 벽돌)이 깔려 있던 것을 나무 마루로 바꿔 지금까지 그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

일본 궁내청이 소장하고 있는 창덕궁 사진첩을 보면, 인정전 내부에서 임금의 공간이 지금과는 다르다. 여덟 계단을 밟고 오르게 돼 있는 높은 단상과 널찍한 어좌 대신 단 세 계단 정도의 낮은 단상에 서양식 의자, 작은 탁자 만이 단출하게 놓였다. 뒤쪽 벽면에는 조선시대 왕권을 상징해 온 일월오봉도가 아니라 봉황 그림이 걸려 있다.




인정전은 밖에서 보면 2층 건물로 보이지만 내부에서 보면 위아래가 트인 중층 형태다. 층고가 한층 높아진 천장에는 하늘 높이 구름 사이를 날으는 봉황 한 쌍을 표현한 나무 조각이 자리 잡고 있다. 봉황은 조선시대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로 어좌 바로 위에도 똑같은 형태의 봉황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창호지를 대신해 설치된 유리창과 현대식 커튼은 궁궐이 가지고 있는 조선 왕실의 이미지와 이질적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커튼엔 길상 문양인 공작과 거북, 모란 등이 수놓여 있는데, 2012년 새로 제작한 것이다. 원래의 커튼은 현재 고궁박물관에 영구 보존 중이다.


궁능유적본부는 인정전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해설 프로그램 '창덕궁 깊이 보기, 궐내각사' 행사를 이날부터 4월 30일까지 매주 금ㆍ토ㆍ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운영한다. 회당 정원은 20명(네이버 예약 15명, 현장 접수 5명)이고 예약자에 한해 관람이 가능하다.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