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들도 앞다퉈 챗GPT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챗GPT는 미국 오픈AI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AI다. 마치 사람처럼 대화하듯 말을 주고받는 챗GPT는 1,750억 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조합해 다양한 대답을 만들어 내면서 출시 두 달 만에 가입자가 1억 명을 넘어섰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들도 챗GPT 기능을 이용하거나 유사한 AI를 적용한 각종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챗GPT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는 대화형 AI로봇, 즉 챗봇이다.
자연어 검색을 전문으로 하는 올거나이즈코리아는 챗GPT처럼 대화가 가능한 기업용 AI '알리GPT'를 최근 출시했다. 알리GPT는 챗GPT에 적용된 GPT 3.5 기술을 이용했다.
알리GPT는 업무에 특화한 AI로 질문을 하면 기업 관련 문서와 매뉴얼 등을 활용해 답을 한다. 특히 기업 내부 문서를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기계 학습을 하면서 진화한다. 아울러 답변의 진위 여부 파악이 곤란한 챗GPT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답변의 출처인 문서나 웹사이트를 함께 보여준다.
이런 장점 때문에 세금 정산을 돕는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와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베스핀글로벌이 알리GPT를 각각 도우미 서비스로 채택했다.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는 "챗GPT는 질문에서 단편 정보를 끄집어내 답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종합해 이해할 만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장점"이라며 "자체 자연어 처리 기술을 GPT와 접목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지식공유 스타트업 클라썸도 챗GPT 기술을 연동한 대화형 AI '도트 2.0'을 내놓았다. 도트 2.0은 기업 구성원들이 소통하며 주고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기계 학습을 해서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 도트 2.0은 직원 교육, 고객 문의 대응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의료정보 스타트업 굿닥은 챗GPT를 이용한 '건강 AI' 챗봇을 최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앱에서 이용자가 건강 관련 질문을 하면 AI가 1초 이내로 빠르게 답변한다.
검색과 교육에도 챗GPT가 도입되고 있다. AI 스타트업 라이너는 챗GPT 등 거대 AI를 활용한 검색서비스 '라이너AI'를 지난달 시작했다. 라이너AI는 이용자들이 기존에 검색을 통해 검증한 믿을 만한 자료들을 AI와 결합해 개인별 추천 콘텐츠로 보여준다.
업체에 따르면 이용자의 직접 검색과 AI의 매개변수를 결합한 세미 파라매트릭(semi-parametric) 방식이 구글의 '바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 등 AI를 결합한 차세대 검색에서 필수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라이너AI의 경우 서비스 개시 3주 만에 AI 검색을 통한 생성단어가 40억 건을 넘어섰다. 덕분에 라이너AI의 월간 이용자는 1,000만 명을 기록했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는 "챗GPT는 2021년 자료까지만 학습에 활용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정확성 문제가 있다"며 "라이너AI는 이용자들이 검증한 최신 문서를 학습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 구루미도 MS와 협업해 챗GPT, '달리2'(DALL-E 2) 등 AI를 적용한 화상 교육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 업체는 챗GPT와 달리2를 이용하면 학생들이 온라인 화상교육을 하며 궁금증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여행과 게임에도 챗GPT가 등장했다.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은 여행 계획을 세워주는 'AI 여행플래너' 서비스에 챗GPT 기능을 도입했다. 사람과 대화하듯 '일주일간 파리 여행 일정을 추천해 달라'고 질문하면 일정 및 맛집, 볼거리, 날씨 등 각종 정보를 제시한다. 또 최저가 항공권 구매 방법, 인기 여행상품 정보와 최적의 동선 등을 알려준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게임 스타트업 픽셀플레이는 에임랩스와 손잡고 챗GPT를 활용한 게임 '픽셀 배틀'을 공동 개발한다. 이 업체는 챗GPT가 만든 이야기를 게시판 등에 공개하고 이를 게임 내용에 반영할 계획이다. 박진배 픽셀플레이 대표는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를 바탕으로 게임을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며 "이용자에게 방대하고 탄탄한 세계관을 제공하는 데 더 힘쓰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