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 걸렸던 세종 아파트 주민들 "3월 내내 태극기 걸겠다"

입력
2023.03.02 17:30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동참하겠다' 댓글 호응
"아이들에게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보여줄 것"
일장기 건 주민 "윤 대통령 3·1절 경축사 옹호"
'이주민 도시'의 그늘... "기행 또 일어날 수도"

3·1절 일장기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선 세종시의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태극기 걸기 운동에 나섰다. 하지만 이주민들로 구성된 도시 특성상 유사한 일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태극기 걸었어요. 한솔동이에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솔동은 전날 일장기가 걸린 아파트 단지가 위치한 동네다. 행정중심복합도시 내 첫 주거지로 개발됐으며, 세종신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다. 세종에선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한 동네로 꼽힌다.

작성자는 "저녁엔 거두고, 아침엔 다시 걸면서 한 달 동안 태극기를 게양하겠다"며 “외롭지 않도록 많은 동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태극기 게양 동기에 대해선 “아이들에게 ‘절대 안 되는 게 있다’는 건 가르쳐 주고 싶었고, 그냥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글에는 ‘응원합니다’ ‘동참합니다’ 등 응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세종시민들이 태극기 한 달 걸기에 나선 이유는 전날 발생한 일장기 게양 논란 때문이다. 전날 오전 한솔동 한 아파트 발코니에 일장기가 걸린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르면서 전국적 논란으로 확산했다.

특히 일장기를 내건 거주자들은 주민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발코니 밑으로 몰려와 고성으로 항의하자 전날 오후 4시쯤 아파트 1층으로 내려왔다. 30대 부부로 추정되는 이들은 "한국이 싫어서 그랬다", "너 '대깨문'이지?"라고 되묻는 등 험한 상황을 연출했다.

그들은 또 "일장기를 건 게 대한민국 법에서 문제가 되느냐"며 "(윤 대통령이 3·1절 경축사에서) 일본이 협력관계에 있는 국가라는 점을 밝혔고, 그 부분에 대해 옹호 입장을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 항의가 이어지자, 이들은 일장기를 내렸다. 세종시는 "(일장기를 건 가구의) 입주자 카드엔 한국인으로 돼있다"고 했다.

사태를 바라보는 세종시민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이웃간 소통 부족과 연대감·소속감 결여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게 시민들의 대체적 반응이다. 세종시 출범 초기에 공주에서 이주해온 주민 A(54)씨는 “이주민으로 이뤄진 도시 특성을 감안하면 3·1절 일장기 사태가 아주 엉뚱한 일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각종 조사에서도 세종시민의 소속감이 점점 옅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초 발표된 ‘2022 세종 사회조사’에서 ‘세종 시민’이라는 소속감을 느낀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39.1%로, 2020년 조사(46.1%)때보다 하락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6.5점에서 6.7점으로, ‘행복 경험’은 6.6점에서 6.8점으로 올라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며 “지역사회에 대한 옅은 소속감에서 오는 ‘자유’가 역설적으로 이들 지표의 상승을 이끈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세종=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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