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은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로 교육·연구 역량 질적 저하를 호소하며, 정부에 등록금 규제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규제 완화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고물가 국면 속 등록금 인상 자제를 대학에 요구했다.
교육부는 올해 신설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확대됐고, 각종 규제 개혁으로 대학이 재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게 된 점을 강조한다. 반면 대학들은 15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엔 충분치 않다고 반박했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로 올해 늘어난 대학 재정지원 예산은 약 1조7,000억 원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를 통해) 대학이 굳이 등록금을 올리지 않고 급한 불을 끌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른바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국가장학금 제도가 시행된 2012년 당시 전국 대학의 등록금 총수입이 약 11조 원 정도였는데, 순증된 예산 중 1조5,000억 원만 대학에 직접 지원된다고 해도 당시 등록금 수입의 10% 이상을 인상한 효과가 발생한다"며 "10여 년 전과 비교해 학생 감소로 행정인력과 교수가 줄면서 비용이 줄어든 것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액된 예산 중 3,924억 원은 대학 혁신지원사업에, 5,314억 원은 지방대 집중 육성 사업에, 6,603억 원은 국립대 시설 확충 등 대학 교육 연구 여건 개선에 쓰인다. 교육부는 교육·연구·산학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 쓸 수 있는 '일반재정지원 사업' 예산이 늘어나 대학이 필요한 곳에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반재정지원 사업에서도 "대학이 인건비, 공공요금 같은 경상비를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재정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대학의 겸임·초빙교원 최대 활용 비율을 교원 정원의 5분의 1에서 3분의 1로 늘리고, 유휴 재산을 수익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학 설립 및 운영 요건'을 완화한 점도 대학의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그러나 대학들은 이런 조치만으론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등록금 동결에 따른 결손액만 해도 늘어난 대학 재정지원 예산보다 훨씬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간한 '고등교육 현안 정책자문 자료집'에 따르면 '반값등록금' 정책이 도입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4년제 사립대의 등록금 결손 규모는 2조1,582억 원이었다. 대교협은 등록금 동결로 민간의 고등교육비 부담은 줄었으나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가 그 감소폭을 상쇄하지 못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비 부담 비율이 2011년 2.6%에서 2019년 1.5%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교육계 일각에선 대학 등록금 수준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분석하지만, 대학들은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연평균 사립대학 등록금은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에 이은 2위였다. 2019년에는 7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OECD엔 대학 등록금이 무료인 유럽 국가들이 다수 포함돼, 순위만으로 등록금 수준을 평가하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서울에 위치한 주요 4년제 대학의 기획부처장은 "우리나라 대학은 대부분 학부 강의 중심인데, 미국의 주립대 학부 수업을 보면 한 강의실에서 500명씩 듣고 강의도 박사과정생이 한다. 우리와 수업의 질이 다르다"며 교육 여건의 차이를 볼 때 등록금이 비싼 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