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팬덤 뒤에 숨어 위기 넘을 수 없다

입력
2023.03.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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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 이후 민주당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상당수 이탈표가 확인된 뒤 이 대표 사퇴 요구와 비명계 비난이 함께 고조되고 있다. 이런 균열은 예상한 바인데 “단일대오”만 부르짖는 민주당 지도부의 안이함이 한심하다. 이재명 팬덤을 내세워 위기를 어물쩍 넘길 수는 없다.

강성 지지층은 이탈표 색출 소동을 벌이며 비명계를 압박 중이다. 민주당 당원 청원 사이트에 체포동의안 찬성 의원 명단 공개, 이낙연 전 대표 영구제명 등 청원을 올려 2, 3일 만에 2만여 명 동의를 얻었다. 이들 등쌀에 ‘부결 투표’를 공개하는 의원들도 있다.

진짜 문제는 이를 이용하는 정치인들이다. 김남국 의원은 2일 CBS라디오에서 ‘비명계가 공천 때문에 가결 표를 던진 것인가’라는 질문에 “하나 마나 한 이야기”라고 비명계를 비난했다. 김용민 의원은 한술 더 떠 “당원과 지지자들이 공천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그분들(비명계)을 심판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전날 “당대표 사퇴 여부를 전 당원 투표로 묻자”고 했다. 당원 뒤에 숨는 비겁한 행태다. 민주당은 과거 위성정당 설립, 재·보궐선거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 때도 당원 투표에 부쳐 이를 강행했다. 원칙을 어기기 위해 강성 당원을 핑계 삼고, 그들에게 아부해 자리를 보존하는 구조가 민주당의 문제다.

지도부의 결단이 절실하다. 이 대표는 거취를 정리하지도, 의혹을 불식시키지도 못한 채 3일 선거법 위반 재판 출석을 앞두고 있는데 이런 식으론 위기를 넘을 수 없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일 “책임을 추궁하며 분열의 늪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정권이 노리는 함정”이라며 단합을 촉구했지만 단일대오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 이탈표의 의미가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어떻게 하나 하는 위기의식, 절박감”이라는 조응천 의원의 말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당원보다는 의원, 의원보다 지도부가 위기 타개에 더 큰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