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없이 돌고래 빼돌려도 처벌 안 받아... 시민단체, 항고장 제출

입력
2023.03.02 14:16
녹색당·핫핑크돌핀스 검찰 처분에 불복해 항고
제주지검, 호반 퍼시픽리솜·거제씨월드에 불기소


시민단체들이 해양보호생물인 큰돌고래를 무단 이송, 사육호반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과 거제씨월드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해 항고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호반 퍼시픽리솜 돌고래 무단 반출… 동물단체는 형사고발)

제주녹색당과 핫핑크돌핀스는 2일 제주시 제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고래를 불법 유통한 호반 퍼시픽리솜과 거제씨월드를 처벌하라"고 요구하며, 제주지검의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하는 항고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두 기업이 큰돌고래를 이송하기 전 지켜야 하는 야생생물법상 신고 의무와 해양생태계법상 허가 의무를 모두 지키지 않았다"며 "피의자들의 위법성 인식이 미약하다는 검찰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항고한다"고 설명했다.

제주지검은 지난달 21일 이 두 기업의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피의자들이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환경단체와의 갈등 상황에서 다른 시설로 이송하려고 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제주지검은 △해양수산부 장관의 허가를 잠탈하려거나 해양보호생물의 보호에 반하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현재 거제씨월드에서 안전하게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제주도청과 해양수산부 등 관계 기관 사이에서도 허가 필요 여부에 관한 의견이 엇갈려 피의자들의 위법성 인식이 미약하였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결정이 정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호반 퍼시픽리솜은 지난해 4월 24일 사육 중이던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거제씨월드에 무단 이송했다. 해양생태계법 제20조 1항은 '누구든지 해양보호생물을 포획∙채취∙이식∙가공∙유통∙보관∙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큰돌고래는 해양수산부가 2021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더욱이 이들은 돌고래를 이송하기 이틀 전 언론보도를 통해 해양생태계법에 따라 해양보호생물을 이송 반입할 경우 해수부 장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기업은 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을 위반한 것과 관련해 이미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국내 야생생물법 제16조 제6항에 따라 국제적 멸종 위기종인 큰돌고래의 경우 양도·양수 시 관할 환경청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특히 거제씨월드는 지난해 5월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정기 현장점검 당시 퍼시픽리솜으로부터 2마리를 반입한 사실을 감춘 채 기존 보유 중이던 돌고래 9마리에 대해서만 보고한 게 드러나 환경청에 의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당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녹색당과 핫핑크돌핀스는 "피의자들의 위법성 인식이 미약하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고, 이들은 공무원의 현장조사를 가로막거나 거짓 보고를 하는 식으로 사건을 숨기기에 급급했다"며 "검찰은 두 업체를 기소해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검찰이 돌고래들의 현재 사육 상태도 확인하지 않은 채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환경부와 해수부는 거제씨월드에 대한 합동현장조사를 통해 큰돌고래의 사육환경과 건강상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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