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과 불신만 키운 '뮐러 기자회견'...'클린스만호' 순항할까?

입력
2023.03.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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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과 불신만 더 키웠다. 대한축구협회는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59ㆍ독일) 감독이 어떤 과정을 통해, 왜 발탁됐는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가뜩이나 감독 선임을 두고 비판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축구협회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1일 축구협회 공식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에선 전날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 전략강화위원장의 기자회견을 두고 ‘고구마 기자회견’ ‘역대 기자회견 중 최악’ ‘이 정도면 국민 기만’ 등 후폭풍이 거세다. 축구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실시간 중계했고 이를 지켜본 축구팬들이 비판과 우려를 쏟아낸 것이다.

당시 뮐러 위원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감독 선임 과정의 풀스토리를 듣고 싶다'는 질문에 그는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더니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독일 방송 해설자였다” “1994 미국 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로 2골을 넣었다” 등 한국과의 인연에 초점을 맞춰 답했다. 듣다 못한 취재진이 “엉뚱한 답변을 하고 있다. 선임 당시 일련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재차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최종 후보군을 추린 타임 테이블(날짜 및 시간표)만 의미 없이 나열했다.

뮐러 위원장은 또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해 그동안 강조하던 ‘5가지 기준’(전문성·경험·동기부여·팀워크·환경적 요인)도 스스로 무효화시켰다. '클린스만 감독이 5가지 기준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5가지 기준 이외에 인간적인 면을 봤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선수 개성 살리기, 스타플레이어 관리, 팀워크, 동기부여 등이 클린스만의 강점이라 대표팀 감독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 상주 조건'에 대해서도 그는 "계약 조건에 대해서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고,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감독 선임 협상을 이끌었을 뮐러 위원장이 세부 계약조건을 알지 못한다고 답변한 것이다.

특히 협회의 안일한 대처도 팬들의 불신을 더 키웠다. 기자회견 전 이미 언론을 통해 클린스만 감독의 전문성과 경험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었는데도 협회는 기자회견에 나올만한 ‘예상 질문 및 답변’조차 준비하지 않았다. 여기에 뮐러 위원장이 독일인인데도 독일어 통역가 없이 영어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실제로 통역 과정에서 '최초 감독 후보군 61명'이 '60여 명'으로 부정확하게 전달돼 혼선을 일으켰다.

결국 이번 기자회견은 아무런 준비 없이 진행된 참사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이번 기자회견으로 뮐러 위원장이 능력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고, 그는 어떠한 권한도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축구협회는 '클린스만호'가 출항하기도 전에 국민들에게 침몰의 불안감을 안겨줬다"고 꼬집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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