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제104주년 3ㆍ1절 기념사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취임 후 각종 기념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고 있는 ‘자유’는 이번에도 8번 등장해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됐다. 특유의 짧은 연설도 그대로였다. 약 5분에 걸친 기념사 연설은 약 1,300자 분량에 그쳤다.
기념사에는 독립(10회), 자유(8회), 조국(7회), 미래(5회), 번영·위기·기억(4회), 안보·변화·협력(4회) 등의 키워드가 등장했다. 이 중 자유는 윤 대통령이 각종 연설에서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키워드다.
일본과의 협력이라는 국정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꺼내 든 건 이번에도 ‘자유’라는 단어였다. 윤 대통령은 3ㆍ1운동을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한 대목에선 “우리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서 우리와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와 공동 번영에 책임 있는 기여를 해야 한다”고 했다. 3ㆍ1운동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했고, 국내외적 복합위기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 협력은 필수라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자유를 35차례 언급하며 국정운영의 바탕을 자유에 두겠다고 선언했다. 또 같은 해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선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은 보편적 가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33번 자유를 외쳤다.
연설 분량은 취임 후 가장 짧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5분 25초간 원고지 약 1,300자 분량의 연설을 했다. 간소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해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3,620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약 4,000자), 박근혜 전 대통령(약 2,700자)의 취임 첫 3ㆍ1절 기념사와 비교해 봐도 짧다.
원칙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는 대신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기 때문이란 평가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한 ‘담대한 구상’을 제안하면서도 북한이 취해야 할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언급하지 않았고, 이날 역시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가장 관심이 될 수밖에 없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던 게 단적인 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이 열린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 회색 넥타이에 태극기 배지를 한 채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기념관에 입장할 때는 김영관 애국지사의 손을 잡았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짧은 조우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기념식이 끝난 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기 위해 여야 지도부가 앉은 자리로 이동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정 위원장, 이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짧은 악수를 나눴다. 이 대표에게는 대화 없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악수를 청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대면한 것은 지난해 10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이후 처음이다. 또 '위례ㆍ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첫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