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경기 부진 우려, 재원 마련 숙제... 추경 속앓이

입력
2023.03.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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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의 덫]
상반기 회복 부진 시 추경 가능성 
세수 부족에, 국채 발행도 마뜩잖아

경제 살리기에 나선 윤석열 정부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상반기에 재정의 상당 부분을 쏟아 붓기로 했으나,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보다 못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일각에선 하반기 들어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가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펑크’ 우려까지 낳는 세수 부족은 추경 편성을 주저하게 하는 부분이다. 빚을 내 추경 재원을 마련하자니 그간 주장한 건전재정 기조를 스스로 허무는 게 돼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점점 짙어지는 경기 부진 우려는 올해 중·후반 추경 편성 가능성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7%로 낮췄고, 한국은행·한국경제연구원도 모두 하향 조정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정부 입김이 닿지 않는 요인이 한국 경제 향방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경기 회복세를 예단하기 어렵다.

올해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한 정부 노력에도 대외 변수 충격에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추경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5월, 6월이 지나고 추경 이야기를 꺼내야지 지난해 말 국회에서 예산을 통과시켜 놓고 1월부터 추경하자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편성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 방법이다. 현재 정부가 빚을 내지 않고 쓸 수 있는 ‘쌈짓돈’은 많지 않다. 지난해 총세입에서 총세출 등을 뺀 세계잉여금(9조1,000억 원) 중 3조1,000억 원은 목적이 정해진 특별회계로 빠진다. 나머지 일반회계 6조 원에서도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가채무 상환을 거치고 남은 돈만 추경에 쓸 수 있다.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들어온다면 추경 재원을 마련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다. 당장 1월만 해도 국세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8,000억 원 덜 걷혔다. 1월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경기 부진에다, 부동산·주식시장 침체까지 겹친 탓이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지난해 예산 편성 당시 예측했던 대로 세수 상황이 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전 정부의 확장 재정을 비판해 온 만큼 쉽게 꺼내들기 어려운 카드다. 문재인 정부가 10차례 추경을 편성하면서 2017년 660조 원이던 국가채무는 임기 내 약 400조 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지출 구조조정 등 빚 없는 재원 마련 방법을 우선 고민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빚을 내서라도 취약계층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전재정이란 경제정책 방향에 갇히다 보면 경제 대응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는 확장 재정을 펴더라도 경제 상황이 나아질 내년부터 다시 긴축 재정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하면 불필요한 말 바꾸기 논란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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