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현지시간) 문을 연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3'에서는 5세대(G) 통신망 활용 방안을 놓고 다채로운 제안이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생성 인공지능(AI) '챗GPT'의 등장을 계기로 화제를 모은 생성 AI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주요 정보기술(IT) 기업과 통신사,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챗봇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AI를 개발·활용하고 있음을 뽐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 돌풍의 핵인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 손잡고 '빙 챗'을 선보였다. 이번 MWC에서 슈퍼스타 대접을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여러 기업이 MS에 협력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MS는 음성 인식 AI '뉴언스'와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이용 기업들에 도움이 될 데이터 분석 및 기업운영 솔루션을 제시했다.
하드웨어 기업들도 거대 AI 모델 처리에 안성맞춤인 프로세서를 자랑했다. 모바일 전문 반도체 설계 회사 퀄컴은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 2세대'가 이미지 생성 AI를 클라우드와 따로 연결하지 않고도 비슷한 수준에서 '온디바이스(기기 자체)'로 가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1년 전 행사의 주인공이었던 '메타버스'를 향한 관심은 눈에 띄게 줄었다. "메타버스 신화 깨기" 같은 제목의 토론 프로그램이 나올 정도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협이 사라지고 비대면 수요가 줄면서 메타버스의 매력이 떨어지자 가장 큰 과대평가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절치부심하는 메타버스는 소비 시장이 아닌 산업 영역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현실의 법칙을 가상공간에 재현하거나 실제로 반복하기 힘든 실험을 진짜처럼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로니 바시스타 통신담당 수석부사장은 27일 메타버스 관련 토론에서 "BMW와 코카콜라 등이 메타버스에서 현실을 본뜬 기술로 업무 성과를 개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메타버스는 가상에서 머물지 않고 현실과 접점을 만들기 시작했다. 영국 통신사 보다폰은 메타의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사용해 전시장에서 830㎞ 떨어진 세비야에 있는 5G 연결 드론을 조종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4년 만에 MWC에 부스를 설치한 한글과컴퓨터가 선보인 '한컴 코워킹'은 오피스 플랫폼 핀포인트와 협력, 실제 업무 공간을 가상공간에 고스란히 담고 직원이 출퇴근했는지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응용기술의 혁신은 통신망도 성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가져온다. 이번 MWC에서는 5G 가속화를 넘어 6G로 진화 가능성을 찾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통신장비 및 디지털전환 솔루션 업체로 정체성 전환을 꾀한 노키아는 6G가 구현할 수 있는 기능 중 하나로 '레이더 센서'를 제시했다. 인터넷망으로 연결되지 않은 근거리의 물체를 탐지하고 이를 안전 관제에 응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는 6G 상용화를 통해 실현이 가능한 '휴먼 증강 플랫폼'을 통해 촉각과 행동까지도 멀리서 전달이 가능하다고 알렸다.
개방형 무선접속망(OpenRAN·오픈랜) 기술 역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는 무선 통신장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서 통신사가 특정 장비 제조사에 종속하지 않고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끼리 서로 연동이 가능하게 하는 표준 기술을 말한다. MWC23을 계기로 LG유플러스는 델·노키아와, KT는 NTT도코모와 오픈랜 개발 협력에 나섰고, 삼성전자는 영국 통신사 보다폰과 함께 독일과 스페인 등 유럽 지역에 오픈랜을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다.
차세대 네트워크를 향한 투자는 한국 정부도 풀어야 할 숙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전성배 원장은 28일 MWC의 장관급 프로그램에 참석해 'K네트워크 2030 전략'을 발표했다. 전 원장은 "2023년은 6G 도입의 원년"이라면서 "한국 정부와 함께 올해부터 6G를 준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