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의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할 계기를 맞이했다. 정권이 바뀐 후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재도약을 의욕적으로 이끌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정권을 건강하게 견제하는 게 민주정치 원리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대표 사법리스크에 발이 묶여 어떤 담론도 자신 있게 끌고 가지 못하는 늪에 빠져 있다. 엊그제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는 이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장면이다. 정부의 여러 실책과 폭주에도 거대 야당이 이토록 무기력하게 당대표의 과거 지자체장 당시 혐의로 허우적대는 건 한국정치의 비정상이다.
민주당은 이제 순리대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검찰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이재명 대표와 관련, 추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이 또 상정되면 어떻게 대응할지 치열하게 논쟁해 합의를 이뤄내기 바란다. ‘개딸’(개혁의 딸) 등 이 대표의 강성지지층은 이탈 의원 색출과 살생부 작성에 나섰는데 정상적 의견수렴을 가로막는 협박은 당장 중단돼야 마땅하다. 친명계 일각에선 ‘2차 체포안’이 닥치면 아예 당론으로 투표에 불참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의원 의사를 강제 제한하는 악행이 벌어져선 안 된다.
문재인 정권이 5년 만에 끝난 배경도 친문 팬덤정치가 국민 혐오를 부른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비명계 역시 대표 거취를 둘러싼 당내 투쟁이 공천 기득권 보장 차원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지도부는 향후 노선에 대한 자유로운 논쟁을 보장하기 바란다. 이 대표는 28일 거취 언급은 피한 채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보다 물가도 잡고, 경제도 개선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당을 살리는 데 어떤 처신이 필요한지 숙고하고 또 숙고하는 게 옳다. 민주당 지도부는 열성지지층만 바라보며 1년 가까이 대표 ‘방탄’에만 열중한 책임을 직시하기 바란다. 소모적인 내부 권력투쟁보다 국민에게 어떤 ‘변화와 혁신’을 내놓을지에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