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요금제 ②중계기 통신사 탈탈 터는 정부…與 과방위원들은 "KT 대표 수사 촉구" 나섰다

입력
2023.03.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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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통신시장 경쟁촉진 토론회' 개최
"제4이통사 진입해야"
국민의힘 과방위원들 "KT 사장 돌려 막기" 비판
구현모 KT 대표 등 수사 촉구


'통신비 부담 완화와 통신시장 독과점 해소를 내세운' 정부와 여권의 통신사를 향한 규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요금제 다양화부터 제4이동통신 사업자 진입 유도뿐만 아니라 요금제·이용약관·중계기 임차료 담합 조사까지 건드릴 수 있는 모든 사안을 탈탈 털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은 KT 다음 대표이사(CEO) 선임 과정을 "그들만의 리그", "사장 돌려 막기"로 몰아세우며 수사를 촉구했고 대통령실도 이를 거들었다.



"통신3사, 이동통신 시장 매출 97.9% 차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통신시장 경쟁상황 및 경쟁촉진 논의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신전파연구본부장"통신 3사는 전체 이동통신 매출액의 97.9%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국제 수준과 비교했을 때 경쟁이 미흡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08~202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신규 통신사가 시장에 진출한 사례는 19개"라면서 "새 통신사가 진입한 국가 통신비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10.7~12.4% 낮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프리모바일, 일본 라쿠텐모바일 같은 통신시장 '메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박사"통신사가 악마화되는 것 같다"며 "통신시장은 세계 어느 나라나 과점 시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유럽은 통신비는 싸지만 네트워크 품질이 낮아 사업자 간 인수합병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며 "우리나라 네트워크 품질을 보면 특별히 문제가 있는 시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규제 당사자인 통신3사는 초대받지 못했다. 세계 최대 통신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통신사들 입장에선 규제 논의에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없었던 것.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외부의 객관적 목소리를 먼저 듣고 통신사들의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與 과방위원들 "KT 이권 카르텔 심각"



한편 이날 여당 소속 과방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CEO 경선 절차를 비판했다. 회사는 지난달 28일 CEO 경선 1차 압축 후보로 회사 밖에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사장과 임헌문 전 KT 일반고객사업(Mass)총괄 사장을, 회사 내부에선 신수정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부문장 부사장과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부문장 사장을 올렸다. 여당 과방위원들은 회사가 윤 사장을 사실상 '낙점'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들은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들은 "KT 내부에서 구 대표가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을 세우고 2순위로 신수정을 넣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며 "내부 특정인들이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경찰은 구 대표와 그 일당들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발동해 KT가 특정 카르텔의 손에 놀아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KT 경영진이 흔들리는 일이 반복돼 '관치 경영'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도 여당 국회의원들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자 그 배경에 눈길이 모아졌다.

대통령실도 도덕적 해이, 국민적 손해 등 강한 단어를 사용하며 목소리를 더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KT '이권 카르텔' 지적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것이 안되면 조직 내 모럴 해저드(도적적 해이)가 발생하고 그 손해는 국민이 볼 수 밖에 없다는 시각에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윤진식 전 산업부 장관이나 김성태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이 탈락한 것을 두고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회견 직후 "KT를 혁신하고 전문성을 보강해 국민에게 도움 되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KT 측은 "외부 인사로 구성된 심사단이 기업 성공 경험과 디지털 역량 등 사전에 공개된 기준표를 근거로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