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 이긴다’가 학폭 가해자 승리 공식이라니

입력
2023.02.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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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교폭력 사건으로 하루 만에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했지만, 이들 부자에 대한 여론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버티면 이긴다’가 학폭 가해자의 승리 공식이라니, 그것도 ‘부모 찬스’가 뒤를 받치고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아들 정모씨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전학 처분 조치를 받은 후 재심, 가처분, 행정소송 1, 2, 3심까지 ‘끝장 소송’에 꼬박 1년 1개월이 걸렸다. 당시 현직 검사이던 정 변호사가 학폭위 심의 과정부터 소송까지 적극 주도했다. 대법원 판결 확정이 정씨가 고3이던 2019년 4월이었으니, 3개월여 만 더 시간을 끌었다면 학폭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었다. 대입 수시 전형은 3학년 1학기까지의 학생부만 반영토록 하고 있다.

정시에서는 학폭 기록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정 변호사 측은 “강제전학을 갔기 때문에 수시로 대학에 갈 수 없어 정시로 갔다”고 말한다. 당시 서울대 정시 모집 규정은 수능 성적을 100% 반영했다. 모집요강에 징계 내역 확인을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하고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실제 반영 여부에 대해 서울대 측은 함구하고 있다.

8개월여간 언어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학폭위에 도움을 요청했던 피해자는 실제 정씨가 전학을 가기까지 1년여 동안 2차 가해에 시달렸다.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학폭 근절 대책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부실한 인사검증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음이 유감스럽지만, 학폭 대책 마련은 서둘러야 할 것이다. 가해자가 소송으로 시간을 끄는 동안 어떻게 피해자를 보호할지, 수시는 물론 정시에 학폭을 반영하도록 의무화할 방법이 무엇인지, 3학년 2학기 등 구멍을 메울 방법은 없는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학폭 기록을 졸업 2년 후면 모두 없애주는 법이 이대로 괜찮은지도 따져보길 바란다. ‘더 글로리’처럼 피해자는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데 가해자가 웃으며 사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