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나무와 가창오리 군무 “눈이 호강”

입력
2023.02.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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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지는 충남 예산군에 있는 예당저수지다. 예산과 당진 농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1962년 조성됐지만 요즘은 관광지로 더 주목받고 있다. 예당호의 명물은 음악분수, 출렁다리 등이 있지만 물이 가득 찬 겨울에는 ‘황금나무’라고 불리는 미루나무가 가장 인기가 많다.

그런데 왜 미루나무가 황금나무가 된 걸까. 일단 서 있는 곳이 육지가 아닌 물속이라 범상치 않다. 겉모습은 평범한 미루나무지만 해가 저무는 저녁이 되면 놀라운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 나무 뒤편 수면 위로 석양이 스며들면 그 빛을 받은 미루나무가 황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나무 전체가 황금빛으로 둘러싸일 땐 저수지 주변은 환상동화의 무대가 된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황금나무’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도 이 장관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예당저수지를 찾았다. 바람은 매우 찼지만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낮부터 관광객이 모여들었다. 해가 서서히 지려는 순간 저수지에서 휴식하던 가창오리들이 먹이 활동을 위해 수면 위로 힘차게 날아올라 군무를 펼쳤다. 사실 최근 가창오리 군무를 보려 금강호를 몇 번이나 찾았지만 허탕을 쳤는데 이런 뜻밖의 장소에서 군무를 마주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놓칠세라 바쁜 마음에 셔터를 눌렀고 황금나무와 가창오리의 군무가 함께 담긴 ‘귀한 사진’을 얻었다.

이제 3월이면 가창오리도 북쪽으로 떠나고, 농사가 시작되면 저수지 물이 빠져 황금나무도 당분간 볼 수 없다. 집으로 발걸음을 돌릴 때 미루나무와 가창오리에게 “다음 겨울이 오면 다시 보자”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건넸다.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