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찾은 경기 평택시 경동나비엔 서탄공장은 약 13만2,231㎡(4만 평) 크기로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2,200억 원 들여 지은 공장의 겉모습은 큰 창고 같지만 내부는 끊임없이 돌아가는 생산 라인과 로봇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 생산과 검사, 물류를 자동화했다는 점이다. 대형 프레스 기계가 보일러, 온수기 겉면을 감싸는 껍데기를 쾅쾅 거리며 찍어낸 뒤 제품 조립 라인으로 넘겼다. 알맞은 부품을 적당한 자리에 배치하는 것은 로봇의 몫이다.
재미있는 점은 제품 껍데기에 맞게 부품 나사를 조이는 업무만큼은 로봇이 아닌 사람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현장에서도 조립 라인마다 작업자 20여 명이 달라붙었다. 현장 관계자는 "나사 조이는 일은 각도를 정확히 계산하고 적당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로봇이 하기 어렵다"면서 "보일러는 나사를 제대로 조이지 못하면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사람이 직접 한다"고 설명했다.
조립이 끝나면 검사 단계로 가는데 로봇이 다시 등장했다. 제품 검사 로봇인 '비전검사시스템'이 제품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카메라로 사진 촬영을 해 최대 55개 항목을 확인했다. 부품은 제대로 들어갔는지 깨진 건 없는지 내부 결속은 잘 됐는지 본다. 검사 로봇 앞 모니터에는 보일러나 온수기 내부를 찍은 사진 20여 장이 떴다.
로봇이 검사를 끝내면 자동검사시스템(NI)을 통해 안전 검사 요원이 눈으로 이상 유무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 여섯 대가량의 보일러가 늘어선 NI공정검사 라인에서 한 작업자는 손거울을 들고 제품 윗면과 뒷면을 살피고 있었다. 다른 작업자는 보일러 뚜껑을 열고 불이 나오는 토치로 부품들을 지지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가혹한 조건에서 제품 성능을 확인해야 소비자들이 쓸 때 제품 불량이나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NI검사까지 마친 제품들은 자동 포장 과정을 거쳐 밖으로 나간다.
경동나비엔은 보일러 회사를 넘어 생활환경 가전기업으로 거듭나려 애쓰고 있다. 난방과 냉방, 환기 등 실내 공기질 관리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냉난방 공조장치(HVAC) 시장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물과 공기 열교환 원리로 실내에 따뜻한 바람을 밀어 넣는 '콘덴싱 하이드로 퍼내스'가 대표 상품이다. 전 세계 HVAC 시장 규모는 약 320조 원으로 추산된다.
첫 목적지는 북미 시장이다. 이곳에서 보일러와 온수기 매출을 늘린 뒤 HVAC 무대에도 도전한다는 포부다. 보일러와 온수기, 제품 생산력도 늘릴 예정이다. 서탄공장 부지에 남은 땅 33만578㎡(10만 평)에 신제품을 찍어내기 위한 생산 라인을 추가로 마련하고 미국 현지에 생산 라인을 세우는 것도 검토 중이다.
김용범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은 "서탄공장 주요 제품 생산량을 현재 200만 대에서 2026년 439만 대 규모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종적으로 세계 HVAC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싶다"며 "2025년 2조 원, 2032년 10조 원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