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응용소프트웨어(앱)를 악용하면서 상습적으로 환불까지 요구하는 악성 리뷰 갑질에 영세 자영업자들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음식물 섭취 이후 환불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엔 앱 리뷰에 부정적인 평가를 남기겠다고 강요하는 막무가내식 협박에 시달리면서다. 배달앱 리뷰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의 약점이 악의적으로 이용되는 형태다.
족발집 운영자로 소개한 A씨는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 ‘배달거지한테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요즘 장사가 너무 안 돼서 30분 일찍 주방을 마감했는데 오전 12시 28분에 주문이 들어왔다. ‘하나라도 더 팔아야지’라는 마음으로 주문 수락하고 음식을 준비했다”고 했다. A씨가 첨부한 영수증을 보면,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통해 해당 고객이 주문한 음식은 족발과 계란찜, 날치알 주먹밥 등 총 4만5,500원어치였다.
그러나 A씨는 음식 배달을 위해 도착한 배달 기사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음식을 주문한 고객 주소가 이 지역에서 악성 환불로 유명한 집이라는 것이었다. A씨는 “며칠 전에도 커피집에서 6만 원 상당을 주문하고 이물질 나와서 환불 요청했다더라”며 “일단 음식 사진을 찍어두고 배달을 보낸 뒤 귀가했다”고 적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다음 날 가게로 출근한 A씨는 고객센터를 통해 환불 요청을 받았다.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이유였다. 포장 전 음식 사진까지 꼼꼼히 찍어뒀던 그는 고객센터에 음식을 회수해서 이물질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했지만, 고객이 폐기 처리해 불가능하다는 답만 돌아왔다.
억울한 마음에 해당 고객의 환불 이력을 물었지만 “개인정보를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결국 환불해 줬는데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A씨가 환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배달앱에 노출되는 리뷰 내용과 평점에 따라 장사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리뷰가 권리금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2021년 당시 벌어졌던 새우튀김 갑질 사건이 대표적이다. 고인이 된 피해 점주 B씨는 그해 5월 9일 배달앱인 쿠팡이츠를 통해 환불을 요구받았다. “하루 전 배달받은 새우튀김 3개 중 먹고 남은 한 개를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확인해 보니 색깔이 이상하다”는 이유였다.
B씨가 해당 튀김 하나만 환불해 주겠다고 하자, 소비자는 쿠팡이츠 앱에 가장 낮은 평가점수인 별점 한 개와 비방성 리뷰를 게시한 뒤 매장에 4차례 항의 전화를 했다. 소비자는 B씨에게 고성과 함께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는 등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이후 쿠팡이츠 고객센터와 3차례 통화하며 해당 소비자에게 명확한 환불정책을 고지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점주분이 알아서 잘 해결하라”, “앞으로 주의하라”는 등 책임 전가성 응대만 반복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던 B씨는 고객센터와 통화 도중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며 입원 3주 만인 29일 숨졌다.
새우튀김 갑질 사건 후,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제도를 일부 개선했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A씨가 올린 글에도 “중계 플랫폼에서 대응해 줘야지, 수수료는 많이 받으면서 왜 업체들이 당하고만 있게 방치하는 건가”, “개인이 임의로 음식을 처분해도 환불해 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배달앱 회사 측이 알면서도 시스템을 안 고치는 것”이라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지역 자영업자들끼리 진상 고객 주소를 공유해 대처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조언도 공유됐다.
악성 고객을 걸러낼 수 있도록 배달앱 업체가 기능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영업자는 “전화 주문하거나 만나서 카드 결제하겠다고 한 후 주문하고 잠수 타는(연락을 끊는) 경우도 엄청 많다”며 “배달앱에 특정 고객 차단 기능을 줘야 한다. 그래야 저런 사기 피해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