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 간 핵무기 통제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이유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자국을 향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적의가 명백한 상황에서, 러시아도 방어적으로 핵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동맹이 러시아의 패배를 노리고 있다"며 "이를 인지한 러시아는 당연히 나토의 핵 능력을 고려해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확히 뉴스타트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1주년 기념 국정연설을 통해 그가 밝힌 뉴스타트 중단 발언 이유를 에둘러 설명한 것으로 해석되는 지점이다.
푸틴 대통령의 대국민 호소는 이어졌다. 그는 "나토 국가들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나토)의 핵 능력을 무시하고 (뉴스타트 틀 안에서 상황을) 바라만 보고있는 게 맞는 일인가"라며 "우리(러시아 정부)는 국가를 보호하고 안보와 전략적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뉴스타트 중단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나토의 유일한 목표는 구소련 지역과 러시아연방을 해체한 뒤 자신들의 통제 아래에 두려는 것"이라며 '러시아 국민들의 단결'을 거듭 강조했다.
전 세계 보유 핵탄두의 90%를 차지하는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양국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줄이고, 핵 시설에 대한 상호 사찰을 허용하는 게 골자다.
2021년 한 차례 연장(5년)을 거쳐 2026년 2월까지 유효하지만,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후속 조치 논의가 중단됐다. 러시아는 현재 미국 측의 핵무기 사찰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 같은 '마이웨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뉴스타트 참여 중단은 큰 실수"라며 푸틴 대통령을 압박한 바 있다. 나토 역시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지역에 전력을 증강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