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교통공사)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 도중 지하철역에 부착된 전단물 청소 비용 청구를 검토하기로 했다. 시민 불편과 승강장 안전 우려, 스티커 제거 작업을 하는 청소노동자 고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을과 을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통공사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장연 시위 전단물로 훼손된 역사 환경을 일시 정비하고, 그로 인한 피해 및 제거 비용에 대해 민법 제750조에 따라 전장연에 손해배상 요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통공사 측은 “지하철 시설물 내 허가 없는 전단물 부착은 미관을 저해할 뿐 아니라 미끄럼 사고 발생 등 위험이 있어 각종 법률로 금지돼 있다”는 입장이다. 또 “과반이 60대 이상인 청소노동자들이 스티커를 제거하느라 오랜 시간 불편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며 “강력한 접착력 탓에 화학 용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고충이 막대하다”고 주장했다.
교통공사에 따르면, 탈시설 예산 확보와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2021년 12월부터 집회를 하고 있는 전장연은 역사 내부에 전단지를 부착해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 바닥에 전단지를 붙여 역장 등 교통공사 직원들이 제지했지만, 전장연은 “지금 다 떼기 힘드니 래커로 ‘미끄럼 주의’를 쓰겠다”고 맞섰다. 선전전이 자주 열린 4호선 혜화역에서도 스티커 제거에 나선 시민들과 전장연 활동가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교통공사는 27일 오전 삼각지역에서 전장연이 부착한 스티커를 제거하는 청소를 실시할 예정이다. 청소노동자와 지하철 보안관 20~30명이 동원된다. 청소 작업에 앞서 1~4호선 지하철 청소ㆍ방역 업무 담당 회사인 ‘서울메트로환경’ 관계자가 참석하는 간담회도 연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를 내세워 전장연을 향해 또다시 ‘손해배상’ 청구 카드로 압박에 나선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지난달 지하철 무정차 통과 지시 등에 반발하며 “서울시와 공사가 공사 노동자들과 전장연 회원들 간 을과 을의 대치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사는 이미 지하철 탑승 시위와 관련해 6억 원대 손해배상소송을 전장연 측에 제기했다. 27일 청소에는 350만 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