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사업 O, 살상무기 X... 우크라 바라보는 정부의 복잡한 속내

입력
2023.02.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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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최측근 "한국과 무기 협상 진행"
정부 "살상무기 지원 없다" 기존 입장 불구
전후 재건사업 참여하려면 기여도 높여야
美 통한 '우크라 지원용' 탄약 2차 수출 무게
우크라 대사 "한미와 민군작전 화상 회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최측근 미하일로 포돌랴크 고문이 24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살상무기 지원은 없다"는 정부의 기조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지원하는지, 아니면 과거처럼 제3국을 통해 우회 지원하는지는 명확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국을 통해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군사무기를 제공한 전력이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으로 부족해진 탄약 재고분을 한국산으로 채우기로 하면서 국내 방산업체가 155㎜ 곡사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수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밀어내기식 무기 지원이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미국은 탄약 추가 수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이와 관련한 협상 자체를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군 관계자는 24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 변화가 없다”면서도 “포탄 수출은 한미가 협의할 사안으로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답변이 제한된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부가 전쟁 개입 논란이나 향후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딱 잘라 선을 긋지 못하는 건 국제사회 여론 때문이다. 전쟁 장기화에 각국이 우크라이나를 발 벗고 돕는 상황에서 군사지원을 외면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한미 국방장관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국제적 노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답해 여지를 남겼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1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우리에게 직접 무기를 지원하면 좋은 일로, 당신들이 돕기를 바란다”고 공개 발언했고, 포돌랴크 고문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무기를 달라’고 떼를 쓰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무기를 지원해 러시아를 패배시키는 것은 한국에도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도 무시 못 할 요소다. 현재 추산 규모만 980조 원에 달한다. 전쟁이 지속되고 피해가 더 커지면 재건사업 규모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액이 1억 달러(약 1,318억 원)로 세계 27위 수준인데, 우크라이나 재건에 비중 있게 참여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추가 기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중 핵심은 단연 군사지원이다. 이미 정부는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우크라이나 재건 실무협의회’를 꾸려 수차례 회의를 열며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가공할 파괴력을 갖춘 대형무기체계 대신 비교적 파급력이 작은 탄약으로 지원품목을 절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해 4월 서욱 당시 국방장관과 전화통화에서 “러시아 전투기와 미사일을 격추할 대공무기를 지원해달라”며 중거리지대공미사일 ‘천궁’,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신궁’을 콕 집어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우리 정부가 거절하자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우크라이나 대사가 해당 무기를 생산하는 국내 방산업체를 방문하기로 해 잡음이 일었다.

한편 포노마렌코 대사는 25일 트위터 계정에 “미군의 최대 해외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그곳에서 열린 우크라이나군, 연합사, 한국 합동참모본부 간 우크라이나 전시 민군작전을 토론하는 화상 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민군작전은 전·평시에 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펼치는 인도주의 활동을 포함한 대민 작전을 의미한다. 다만 한미연합사는 26일 “한미 유관기관이 모여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현지 민군작전 환경을 이해하고 전시 민군작전의 교훈을 얻고자 마련된 자리였다”며 우크라이나 현지 민군작전 지원 가능성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