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보다 더 나쁘다"… 정순신 물러났지만 커지는 '아빠 찬스' 논란

입력
2023.02.26 20:00
5면
정 변호사 부부 수단·방법 총동원 아들 방어
1년 가까이 소송 끌다가 아들은 서울대 진학
피해자는 정신과 치료에 극단 선택까지 시도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정순신(57) 변호사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물러났지만 질타와 공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정 변호사 부부가 아들의 진술서를 교정하고, 전학처분 취소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아들 방어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 아들이 재학 중인 서울대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최악의 아빠 찬스"와 같은 비판글이 쏟아지고 있다.

진술서도 대신… "어떻게든 책임 회피"

26일 한국일보가 분석한 정 변호사 아들 A씨의 전학처분 취소소송 1·2심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강원도 유명 자립형사립고에 재학하던 2017, 2018년에 동급생인 B씨에게 "돼지새끼" "빨갱이" 등의 욕설을 하고 동아리에서 쫓아냈다. 피해학생 신고로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2018년 3월 A씨에게 강제 전학과 서면 사과, 특별교육 이수 조치를 내렸다.

정 변호사 부부는 이에 강원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해 그해 5월 취소 처분을 받아냈다. 그러나 피해학생이 재심을 청구해 징계위는 재차 A씨의 전학을 결정했다. 정 변호사 측은 이후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모두 패소했다.

정 변호사 측은 소송 과정에서 "피해학생 진술이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 "피해학생이 아들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이의·불만을 제기하지 않은 채 웃어넘겼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주장을 했다. "언어폭력 정도를 보면 남고생이 이 같은 피해를 입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했다. 또 자치위에 출석해 "언어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치위가 결정한 교내봉사와 출석정지 조치도 아들 학업을 이유로 가처분을 통해 일정 기간 유예했다.

정 변호사 부부는 아들의 진술서 작성을 지도하고 법률지식을 최대한 활용한 흔적도 보였다. 학교 교사는 2018년 6월 자치위 회의에서 "부모가 많이 막고 계신다. 1차 진술서를 썼는데 부모 피드백을 받아서 다시 교정을 받아오는 상태" "정씨 부모가 책임 인정을 두려워해 2차 진술서는 부모가 전부 코치해서 썼다"고 증언했다.

A씨 역시 현직 검사였던 아버지 신분을 공공연하게 자랑했다. A씨의 동급생들은 A씨에 대해 "아빠가 아는 사람이 많은데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윤석열 정부도 내로남불인가"

A씨는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며 2학년까지 이 학교에서 학업을 마쳤고 3학년에 올라가기 직전인 2019년 2월에야 전학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1년 가까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 것을 두고 심각한 2차 가해란 지적이 나온다. 이 학교 교사는 "A씨가 반성도 없고 기숙사 학교라서 현실적으로 (둘을) 분리할 방법이 없다" "(피해자) 공황발작이 일어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고 호소했다.

A씨는 전학 조치된 이듬해에 서울대에 합격했다. 반면 피해 학생은 불안 증세로 상위 30%였던 성적이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떨어졌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서울대 에브리타임'에서 학생들은 "다른 사람 인생 망치고 처벌조차 3심까지 끌어 회피했다" "누구는 아빠 빽(배경)으로 버티다 서울대 오고 누군 내신 추락으로 학사경고받고"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일부 학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정 변호사를 임명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이 정부는 최소 자식 문제는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