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57)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에 연루되고도 서울대에 진학한 것을 두고 '뒷말'이 적잖다. 강제전학 처분까지 받은 가해자가 어떻게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커지자 국회도 진상규명에 나섰다.
26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정 변호사 아들이 서울대에 입학한 2020학년도 '서울대 신입학생 정시모집 안내'에선 사범대 체육교육과를 제외한 일반 정시전형의 수능 점수 반영 비율을 100%로 정하고 있다. 정 변호사 아들이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면 서울대 입학에 걸림돌은 없었던 셈이다. 다만 모집요강에는 "학내외 징계 여부 및 그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현행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4호(사회봉사) 조치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이를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재하도록 정하고 있다. 정 변호사 아들이 받은 강제전학 조치는 8호 처분으로 졸업 후 2년까지 생기부에 유지된다. 정시라도 생기부 제출은 의무인 만큼, 서울대에서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전력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관계자도 "입학처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해 감점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며 "다만 감점이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 변호사 아들의 합격을 두고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 대학 입시 전문가는 "서울대 지원자 모두가 고득점자라는 것을 고려하면 작은 수준의 감점도 당락에 큰 영향을 줬을텐데 의아하다"며 "서울대에서 생기부를 제대로 검토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학폭 전력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입학사정관 출신의 한 입시 전문가도 "단서조항은 사범대처럼 면접 전형이 있는 대상자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정시 지원자들의 생기부까지 다 살펴볼 여력은 안 된다. 수능 100%로 선발하는 정시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학원가에서도 학폭 전력이 있는 학생들은 정시를 절대적으로 선호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를 상대로 진상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당은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교육부에 △정 변호사 아들의 대학 입학에 문제 소지가 없는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없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