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렌드는 '작은 집'...작아도 살기 좋잖아요"

입력
2023.03.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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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 작은 집 '기후' 선보인 김대균 건축가


흡사 농막 같은 단층집은 침실 겸 부엌으로 쓸 수 있는 공간과 화장실 하나를 간소하게 갖췄다. 19㎡(약 6평) 공간의 내부는 제작 가구를 설치해 최적의 공간 활용법을 찾았고, 외부에는 덱을 연결해 마당처럼 쓸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벽난로, 빗물 저장 탱크 등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들였다. 최근 막을 내린 국내 최대규모 리빙트렌드 전시회인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등장해 주목받은 작은 집 '기후'다.

'기후'를 선보인 이는 건축가 김대균(48) 착착건축사사무소 소장.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기획전시 '디자이너 초이스' 참여 작가인 그는 올해 테마인 '스몰(small)'에 맞춰 설계한 작은 집을 출품했다.

김 소장은 "요즘 가장 트렌디한 집은 작은 집"이라며 "단순히 크기가 작은 집이 아닌, 작지만 충만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작은 집의 모범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자투리땅을 활용한 개성 있는 작은 집은 분명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꼭 필요한 것만 갖춘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친환경적인 건축 방식으로 알려지면서 건축계 안팎에서 관심이 고조되는 추세다.

100년 역사의 해남 유선여관과 낙산 성곽길, 서촌의 한옥까지 다수 전통 건축 작업을 해온 김 소장은 유독 '별서(別墅)' 같은 작은 집 전통에 관심이 많다. 그는 "별서는 농장이 있는 부근에 한적하게 지은 집이라는 뜻인데, 상주하는 주택이나 거창한 별장과 달리 간소하게 지은 기능과 미감의 조화가 매력적"이라며 "건축작업을 하면서 늘 양산보의 '소쇄원'이나 윤선도의 '부용동 원림'처럼 자연과 인공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우리 고유의 별서 개념을 살려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판 별서인 '기후'는 그렇게 탄생했다. 기후에서의 삶은 모든 도시인의 로망인 '아웃도어 라이프'로 압축된다. 김 소장은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거창한 건축이나 귀농 부담 없이 당장 도전해볼 만한 작은 주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캠핑처럼 새로운 생활을 경험하면서, 안전하고 쾌적하고 살 수 있는 집이 되려면 바깥이 안으로 스며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덱 스테이션'이란 이름이 붙은 야외 덱 공간이 그 고민의 흔적이다. 집의 입구와 연결된 13㎡(약 4평) 남짓 덱은 집과 자연의 완충지대이면서 다양한 기능을 품고 있다. "덱은 활용하기에 따라 삶터이자 쉼터, 일터가 될 수 있어요. 전통 별서의 텃밭에 해당하는 공간인데, 말하자면 집에 머물며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작업장인 거죠."

그는 작은 집은 그 자체로 기후 위기 시대의 집의 기조와도 맞아떨어진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시설과 빗물저장고 등을 필수 시설로 설치해 기본적인 자족 능력을 갖추고, 비상시에는 전기차에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집에 저장된 에너지가 고갈될 경우 전기차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최대 5일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큰 집일수록 자연을 크게 훼손하고 자원의 낭비도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앞으로 주거 문화는 집이 크냐 작냐보다는 거주하는 사람의 생활 스케일에 맞는지, 지속가능한 에너지 자급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가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미래의 집 '기후'는 그래서 완성된 형태라기보다 개념에 가깝다. 작은 집의 가치와 활용법을 상상하게 하는 일종의 콘셉트 하우스라는 것. 자연을 곁에 두고 각자의 스케일에 꼭 맞춘 작은 집이 모이고 터전을 이루면 사람에게도 자연에도 이로운 새로운 주거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1,000평 규모 자연 타운하우스에 10가구가 산다고 가정해볼까요. 한 가구당 100평이 주어진다고 했을 때 50평짜리 집 대신 5평짜리 집을 짓는다면 나머지 95평을 자연 그대로 둘 수 있어요. 그럼 숲으로 쏙 들어가 충만하게 즐기며 사는 삶이 가능해지는 거죠."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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