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가 합법이긴 한데, 어디까지가 합법인지를 판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 지난해 6월 대마를 합법화한 태국 얘기다. 정부가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관련 법안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4일 태국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하원은 이번 회기 마지막 날인 23일까지 대마법안 통과를 논의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법안에는 △대마 광고와 온라인 판매 금지 △20세 미만 및 임산부에 대마 판매 시 처벌 △공공장소에서의 대마 흡연 금지 △가구당 대마 재배 15그루로 제한 등의 세칙이 담겼다.
지난해 6월 대마의 가정 재배 허용 이후 태국은 ‘대마 자유 지대’가 됐다. 너도나도 대마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판매와 소비가 급격히 늘었다. 방콕 대표 관광지 카오산로드 등에서는 대마초를 사고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식당들도 대마 성분이 들어간 음식과 음료를 판다.
부작용도 쏟아졌다. 청소년의 향락용 대마 소비가 두 배 늘었고, 과다 흡입으로 인한 사망 사고도 속출했다. 야권은 “정부가 규제를 마련하지 않고 합법화만 서둘러 문제를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대마 사용과 소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담긴 법을 먼저 내놓은 뒤 합법화 조치에 나섰어야 했는데, 무턱대고 합법화부터 했다는 것이다.
태국 정부가 지난해 8월 세부 규정을 담은 새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은 “향락용 대마 사용을 막기엔 불충분하다”며 법안 처리에 반대했다. “대마를 다시 마약류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합법화를 백지화하자는 주장도 잇따른다. 야당인 민주당 사팃 웡농터이 의원은 24일 의회에서 “적절한 입법 없이 대마를 범죄 대상에서 제외한 건 (정부의) 실수”라며 “민주당은 의료적 목적의 대마 사용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공백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올해 5월 7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선거 체제로 전환하는 만큼 법안 논의는 당분간 중단이 불가피하다. 선거 결과에 따라 법안 내용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수천 개에 달하는 태국의 대마 관련 상점들은 ‘회색지대’에서 영업을 이어가게 됐다. 방콕포스트는 천국과 지옥의 중간 지대인 ‘림보(Limbo·불확실성을 의미)’를 언급하며 “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은 총선이 끝날 때까지 규제 림보에 남게 됐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