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슬까슬한 천으로 만들어 때를 미는 데 쓰는 수건이 있다. 손바닥만 하고 노랑, 초록, 빨강의 원색 바탕에 까만 두 줄이 그려진 이것을 우리는 '이태리타월'이라고 부른다. 공중목욕탕의 등장과 더불어 대중화한 이태리타월은 할머니부터 어머니를 거쳐 온 국민 소품이다. 또한, 어느 집 욕실인들 하나 이상은 다 있는 것이니 명실상부한 한국 현대문화의 한 조각이다. 이제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몇 개씩 사 가서 이웃에게 나눠 주는 귀국 선물 목록에도 올랐다.
그런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모르는 이 작은 수건이 왜 이태리타월일까? 깔깔한 섬유가 이탈리아산 기계에서 제작되어 굳어진 상표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럴듯하다.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이탈리아와 이태리가 있는데, 이 때수건은 왜 이태리타월일까? 사전에는 이태리가 이탈리아와 같은 말로 적혀 있지만 두 말의 쓰임은 달라 보인다. 인터넷 용례를 보면 이탈리아는 종종 커피, 음악, 축구 등을 말할 때 나오는 데 비해 이태리는 '이태리 원단', '이태리 가죽'처럼 옷감으로 자주 연결된다. 시대별로 인기가 있던 수입품과, 그때 언중이 자주 부르던 국가명이 결합하는 양상이다. 그러면 '이태리타월'이 된 것은 섬유의 일종이라서일까? 분명한 것은 이탈리아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편의상 굳어진 말이란 점이다. 그러니 동대문 시장에서 처음 만나는 이탈리아에 정작 이탈리아 사람들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외국어 이름은 어떻게 적어도 원래 소리와 다르다. 그래도 그저 같은 말이라 단정하기에 앞서 타 문화에 대한 편견을 부르거나 특정 대상을 비하할 여지가 있다면 달리 생각해야 한다. 한때 한국에는 '타이마사지', '터키탕' 등의 잘못된 예시가 있었다. 알고 보면 태국에는 전문 마사지사를 양성하기 위해 왕이 학교를 세운 역사가 있고, 튀르키예에는 증기를 쐬고 냉수욕을 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 그럼에도 부주의한 사용 탓에,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대다수가 타 문화에 대해 크게 오해했다. 잘못을 알고 고친 예도 있다. 이전에 편의상 부르던 '몽고'가 몽골을 비하할 수 있다는 것을 안 후에 우리는 더 이상 쓰지 않는다. 그저 같은 나라를 부르는 다른 방식이라 할지 모르나, 자칫하면 '조선'과 '조센'의 어감 차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굳어진 상품명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매일 부르던 말에서 어떤 문화에 대한 편견은 없었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