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know] 메가샌드박스 도입할 때다

입력
2023.02.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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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7대로 떨어졌다. 작년 출생아 수는 25만 명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데드크로스’에 진입한 시군구가 전체의 3분의 2에 달한다. 지방소멸, 대학 붕괴, 경제기반 약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우리는 큰 소용돌이 한복판에 놓여 있지만 정책은 너무 한가하다.

그나마 4년 전 도입한 규제샌드박스 제도는 참신했다. 신산업, 신기술에 대해서 제한적 범위에서 실험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샌드박스 시행 4년에 불과하지만 860건의 규제특례 승인과 함께 이후 181건의 규제개선까지 이뤄졌다.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복합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문제-개별정책 대응’ 방식으로는 한계에 달했다.

이제 정책도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규제샌드박스의 작동 메커니즘을 확대한 ‘메가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할 때다. ‘메가샌드박스’는 정책실험의 단위를 규제혁신 중심에서 금융, R&D, 교육, 세제, 노동, 지자체 권한 이양까지 포괄적으로 확대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미래산업, 지역경제, 인구절벽 문제 해결 등을 한꺼번에 풀어 보자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은 존재하는 것들의 연결(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이라고 했다. 이제 정책도 한꺼번에 들어가야 한다. 파괴적 혁신이 기술적 진보를 불러오듯이 파괴적 정책 도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 발짝도 못 나간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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