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금리 동결한 한은 "물가 불확실, 또 올릴 수도"

입력
2023.02.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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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전망 3.6→3.5%에 '숨 고르기'
공공요금 인상에 불확실성 커
금통위원 "3.75%까지 올릴 수도"
성장률은 1.7→1.6% 하향 전망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주범이었던 국제 유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지난 금리 인상의 효과를 점검할 수 있는 틈이 생겼다는 판단이다. 다만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경고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3일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간 7연속 인상을 단행한 끝에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그동안 기준금리는 2.25%포인트 상승했다. 금리 인상 주기를 시작한 2021년 8월 기준 인상폭은 3%포인트에 달한다.

새로운 물가 전망이 동결 결정에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한은은 새 경제 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3.5%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이달까지 5% 안팎을 유지하다가, 3월 4%대로 큰 폭 떨어지고, 연말엔 3% 초반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이다.

물가 전망 하향... 한은 "동결 여지 생겼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①국제 유가가 예상보다 더 떨어지면서 예년처럼 금리 인상의 효과를 점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90달러(서부텍사스유 기준)를 웃돌던 국제 유가는 이날 74달러대로 떨어진 상태다. 한은도 그에 따라 올해 연평균 국제 유가 전망치(84달러)를 지난해 11월 전망 대비 9달러나 낮췄다.

②대면 소비 둔화도 물가 전망 하향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분기 대면 소비 증가세 약화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상반기 민간 소비 증가율도 4.3%에서 3.3%로 눈높이를 낮췄다. 한은은 "경기 둔화와 고금리 때문에 가계가 당분간 지갑을 닫을 것"으로 봤다.

"긴축 기조 중단은 아냐"

동시에 물가 전망엔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다고 경계했다. 요주의 대상은 1월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 공공요금이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공공요금은 1월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0.4%포인트 상승시켰다. 석 달 만의 상승 전환이다. 전력의 상승률은 무려 10.9%로, 1980년 2월(37.1%) 이후 43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한은은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폭을 예상(+19.3원/㎾h)보다 확대하면 물가 전망이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공공요금 인상이 서비스 가격을 올리는 2차 파급 효과도 우려했다. 근원물가의 향방도 주목하고 있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보다 천천히, 더디게 떨어져 경로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금통위원들이 가장 많이 논의했던 것도 근원물가 경로였다.

조윤제 금통위원이 이날 "0.25%포인트 인상"이란 소수의견을 낸 것도 물가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동결을 주장한 위원들을 포함,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총재는 이런 사실을 언급하며 "금리 동결을 '금리 인상이 끝났다'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통화정책결정문에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적시됐다.

한은 "불확실성 범위 작년보다 넓어져"

불확실성은 물가뿐 아니라 경제성장률에도 드리워 있다. 특히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시기와 효과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중국 경기가 내수 중심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점, 미·중 갈등에서 파생된 반도체 '칩4 동맹' 등으로 그 효과가 예전만 할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이날은 중국 리오프닝이 2분기 본격화하고,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출 등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성장률 전망을 1.7%에서 1.6%로 소폭 하향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전쟁, 미국 긴축에 더해, 중국 리오프닝, 일본 긴축 여부까지 고려해야 해 불확실성의 범위가 지난해보다 넓어졌다"고 밝혔다.

시장 "더 이상 인상 없어"... "연내 금리 인하"도 여전

이 총재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했지만, 증권가에서는 "3.5%가 최종금리"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 총재 발언이 강경했던 만큼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봤다. 일부는 여전히 "연내 금리 인하"를 바라봤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전망이 통화정책의 핵심이라면 4분기에는 한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엇갈리는 전망 속 금통위가 증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이날 '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도 공개됐지만 예상 수준이란 반응이었다. 대신 챗GPT로 인해 인공지능(AI) 칩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전망에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코스피는 0.89% 상승 마감했다. 전날 1,30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은 7.8원 내린 1,297원에 거래를 마쳤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