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관계 때문에 전경련 수장 된 것 아니다"...김병준호(號) 논란 속 첫발

입력
2023.02.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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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총회 열어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 직무대행으로 추대
"정경유착 고리 끊어낼 것"


"대통령과의 관계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내 소신과 철학을 본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수장이 12년 만에 바뀌었다.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2011년 부임한 허창수 전 회장의 뒤를 이은 회장 직무대행으로 23일 확정됐다.

전경련은 이날 제62회 정기 총회를 열고 김 회장을 6개월 동안 전경련 쇄신을 이끌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 직무대행으로 공식 추대했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총회 이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전경련 수장으로 내정된 이유를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본 게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소신과 철학을 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낙하산 인사라는 일부 비판에 정면 반박했다.

김 직무대행은 "청와대 정책실장을 하면서 국가 경제 정책과 산업 정책을 다뤄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왔다는 걱정은 크게 할 필요가 없다"며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것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그는 윤석열 대선 캠프에 합류, 상임선대위원장을 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지냈다.

김 직무대행은 이러한 자신의 정치적 경력이 정경유착 논란을 가져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두고 "나름 우리 사회에서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이게 정경유착이라고 하면, 그 (유착) 고리를 끊자고 왔지 고리를 단단하게 하려고 온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전형적인 정치인이라기보단 34년을 대학에서 일한 학자"라며 "보통의 캠프 인사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또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에 붙은 정경유착 기관이라는 고리를 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인인 기업인들이 운영하는 게 맞아"



김 직무대행은 정식 회장이 아닌 직무대행으로 합류한 것을 두고 "전경련의 주인인 기업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직무대행이 옳다고 본다"며 "자유시장주의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은 6개월이 아니라 2, 3년도 부족하지만 스스로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6개월이라는 기한을 정했다"고 말했다.

6개월 임기라고 해도 김 직무대행에 거는 내부 기대는 크다. 전경련이 과거 맡았던 재계 맏형 자리를 되찾고 2016년 탈퇴한 삼성전자, SK, 현대차그룹, LG 등 4대 그룹이 합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전경련의 위상과 방향을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라며 "국민들로부터 지지받는 전경련을 만들어 4대 그룹 아니라 누구든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앞서 열린 총회에서 기관 혁신을 위한 청사진인 '뉴 웨이 구상'을 알렸다. 미래발전위원회가 1차로 공개한 내용인 한국판 버핏과 점심식사를 비롯, 경제인 명예의 전당 조성, 대·중소기업 상생사업, 한국경제연구원을 글로벌 싱크탱크로 확대, 주요 그룹 회장단으로 구성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설립 등이 주요 실천 방안이다.

김 직무대행은 "일반 시민의 의식 수준과 소비자 권리의식이 매우 높아져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지금은 국민과 소통하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다"며 "성공을 이룬 기업들이 젊은 세대와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기여 부분에 지금보다 좀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