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가 간토대지진 당시 발생한 조선인 대량 학살 사실을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대지진과 조선인 학살은 올해로 100주기를 맞는다.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1일 열린 도쿄도의회 정례회에서 공산당 소속 도의원은 “도쿄도가 1972년 발행한 ‘도쿄백년사’에는 조선인 학살에 대해 ‘지진에 의한 재해와는 또 다른 인재’ 등으로 기재돼 있다”고 지적하며 고이케 지사의 인식을 물었다. 고이케 지사는 “다양한 내용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이 명백한 사실인지는 역사가가 연구해 밝혀야 할 일”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그는 이전에도 도의회에서 비슷한 취지로 답변했다.
고이케 지사는 일본의 시민단체 등이 매년 9월 1일 주최하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2017년 이후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데 대한 지적에 “엄청난 재해와 그에 따른 여러 사정으로 돌아가신 모든 분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간토대지진 희생자 모두를 추모하므로 조선인 학살 피해자를 위한 개별 행사에는 별도로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고이케 지사는 전임 지사들이 매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보내던 추도문을 취임 첫해인 2016년에만 보내고 2017년부터는 중단했다.
간토대학살은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 지방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10만 명 이상이 사망한 혼란기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유언비어가 유포돼 무고한 조선인 수천 명이 일본 군경과 자경단에 의해 끔찍하게 학살당한 사건이다. 독립신문은 조선인 학살 희생자가 6,661명이라고 보도했으나 일본 우익 단체는 부풀려진 숫자라고 주장한다.
조선인을 희생양 삼아 민심을 달래려 한 일본 정부는 진상 조사와 사과를 하는 것은커녕 학살 사실도 부인한다. 일본 정부는 2017년 5월 각의(국무회의)에서 "간토대지진 후 일어난 조선인 학살사건과 관련해 유감의 뜻을 표명할 계획이 없다"는 답변서를 확정했다. 일본 정부가 사건에 관여했다는 정부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간토대지진 3개월 후인 1923년 12월 14일 일본 국회에서 당시 총리였던 야마모토 곤베는 학살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 조사 결과에 대한 2015년 국회의 질문에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기록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