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공 1주년' 관심 돌리기? 러시아, 유엔에 '가스관 사고' 독립조사 요구

입력
2023.02.22 20:52
러시아 "유엔 사무총장 주도 독립조사해야"
미국 "주의 분산 노린 러시아의 노골적 시도"
중립 지킨 유엔 "주장 검증 위치 있지 않아"

러시아가 지난해 발생한 '노르트스트림' 해저 가스관 유출 사고에 대한 유엔 차원의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이 사건을 조사 중인 나라들이 러시아와 적대적인 서방 국가들로만 구성돼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문제제기' 시점을 석연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가 독립 조사를 요구한 21일(현지시간)은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이 되는 24일을 불과 사흘 앞둔 날이다. 러시아가 비판 여론을 돌리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고를 조사 중인 덴마크·스웨덴·독일 등 서방 3개국을 믿기 어렵다"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독립적인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 3개국의 조사는 투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의 형제'인 자국의 입장을 고수하기 위한 절차가 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존 켈리 주유엔 미국 공사참사관은 "이번 주 전 세계가 유엔 헌장에 부합하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촉구하기 위해 단합하려고 하자 러시아가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리려 한다"며 "오늘 회의 역시 (러시아를 향한 비판이라는) 문제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러시아의 노골적 시도"라고 맞받아쳤다.

유엔은 러시아와 미국 어느 쪽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로즈마리 디칼로 유엔 정치부장은 이날 "유엔은 노르트스트림 폭발과 관련된 어떠한 주장도 검증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이해 당사국들도 자제하면서 과도한 추측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양국은 가스관 폭발 사고를 일으킨 주체로 서로를 지목하고 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독일 등 유럽으로 가스를 직수출하는 주요 경로다. 지난해 9월 원인미상의 강력한 폭발로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해저에 설치된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4개 중 3개가 파손됐다.


정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