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캐머런의 괴력… 26년 된 ‘타이타닉’까지 흥행몰이

입력
2023.02.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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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만 명 모아 재개봉 외화로는 최고 흥행 수치
10·20대 관객이 53%...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

26년 전 만들어졌다. 상영시간은 195분으로 여느 영화의 2배가량이다. 하지만 ‘타이타닉’(1997)은 재개봉한 지난 8일 일일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이후 2, 3위 자리를 지켰다. 비수기라고 하나 무시 못 할 흥행 성과다. 21일까지 모은 관객은 45만 명. 재개봉 외화로는 역대 최고 수치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괴력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타이타닉’ 재개봉은 처음이 아니다. 국내에서 1998년 2월 첫 개봉한 후 3차원(3D)으로 형태를 바꿔 2012년 4월, 2018년 2월 극장가를 다시 찾았다. 2012년에는 37만 명이 찾았고, 2018년에는 6만 명이 봤다. 올해 재개봉한 ‘타이타닉’은 남다르다. 두 차례 재개봉으로 모은 관객까지 넘어섰다.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의 후광효과가 작용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아바타2’가 관객 1,000만 명을 모으며 화제를 끌자 캐머런 감독 전작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타이타닉’의 재개봉은 개봉 25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적으로 이뤄졌다. 이전 재개봉 버전과 달리 4K로 해상도를 높였다. ‘타이타닉’ 홍보마케팅사 영화인의 박주석 이사는 “‘아바타2’가 흥행한 상태에서 캐머런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니 관심이 몰렸다”며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라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타이타닉’의 재개봉 흥행 수치는 역대 2위에 해당한다. 1위는 1977년 4월 첫 개봉한 후 30주년을 맞아 2007년 재개봉한 국내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 브이’(65만 명)가 차지하고 있다. 외화로는 2015년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2004ㆍ33만 명)이 1위였다. 국내에서 유난히 흥행이 잘 되는 점이 흥미롭기도 하다. 박 이사는 “국내 흥행 수익이 미국 다음으로 높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미국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타이타닉’은 재개봉 첫 주 전 세계에서 2,23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미국 매출은 640만 달러였다. 국내선 첫 주 33억 원을 벌었다.

26년 된 영화라고 하나 중년층 향수를 자극해 관객몰이를 한 건 아니다. 멀티플렉스 체인 CGV에 따르면 ‘타이타닉’ 주요 관객은 10·20대다. 10대가 18%, 20대가 35%로 젊은 관객이 53%를 차지한다. 30대는 21%, 40대는 16%다. 50대 이상은 10%에 불과하다. 모두 3D로 상영돼 관객 수에 비해 매출(65억 원)이 높은 편이다. 3D 1인당 관람료는 2D에 비해 1,000원 높다. 황재현 CGV 전략담당은 “젊은 층이 옛것에 끌리는 뉴트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며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지갑을 여는 젊은 층의 소비패턴이 작용한 듯하다”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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