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도록 추동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를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1세대 프로파일러로 활약한 저자 앤 울버트 버지스가 최악의 범죄자들을 대면하고 그들의 마음을 읽은 순간을 복원했다. 보스턴칼리지 간호대 교수 출신인 버지스는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로 유명한 범죄자 성격 연구 방법론을 제시해 범죄자 프로파일링 분야에서 역사적인 획을 그은 인물이다.
책의 배경은 막 현대적인 범죄수사 기틀이 만들어지던 1970~1980년대 미국 FBI 아카데미의 심장부. 저자는 당시 FBI 건물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한 프로파일러 회의실을 활보하며 인간의 가장 어두운 심연을 추적한다. 네브래스카주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잔혹한 연쇄살인 사건부터 캘리포니아주 교외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스키 마스크 강간범까지 미 전역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악명 높은 살인사건의 범죄자를 뒤쫓는 과정에는 미공개 속기록과 녹취록, 범죄 현장에 대한 묘사가 촘촘하게 엮여 현장감을 더한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평생 고군분투한 저자는 이들에게 폭력은 신성한 무언가의 표현이라고 결론 짓는다. 동시에 그들의 마음이 우리에게 너무 낯선 동시에, 두렵게도 우리 자신과 가깝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알아낸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또 다른 질문을 던지며 프로파일링의 본질을 짚는다. "퍼즐을 푸는 것에만 집착하면 우리가 하는 일의 목적과 이유를 잊기 쉽다. 중요한 사람은 피해자다. 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만큼이나 피해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