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효율화로 에너지 다소비 구조 탈피해야

입력
2023.02.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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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든 시민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집안 온도를 낮추고, 실내에서도 겉옷을 입으며 에너지 절약에 나서도 허사였다. 가스요금이 대폭 오른 상황에서 최강 한파와 맞물려 가스 사용이 증가하며 난방비가 모두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급격한 가스비 상승에 맞춰 정부와 지자체가 취약계층 보조금 지원에 나섰지만, 현금성 지원은 난방비 사태의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난방비 문제는 이번 겨울만 넘기면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과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데 있다. 건물은 오래될수록 단열 성능이 떨어져 에너지 소비가 많아진다. 서울 시내 총 58만 동의 건물 중 48%에 해당하는 28만 동이 30년 이상 노후 건물이다. 서울시가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에너지 소비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건물 온실가스 감축을 기후변화 대응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은 지 10년 이상 노후 건물에 단열창호, 단열재 교체, LED 조명 설치 등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공사를 하면 공사비의 100%를 무이자로 지원하는 '건물에너지효율화(BRP)'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사업에 참여한 시민 95%가 인테리어 효과는 물론 에너지 비용 절감으로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2021년 사업에 참여한 성동구 아파트 주민은 지난해 1년간 도시가스 사용량이 전년 대비 38% 줄어들기도 했다.

비용 부담 때문에 공사를 할 여력이 없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도 있다. 공시가격 3억 원 이하면서 15년 이상 노후 주택에는 에너지 효율화 공사비를 최대 500만원(80% 이내)까지 지원하며, 구조나 안전성 문제로 공사를 할 수 없는 노후 주택, 빌라 등에는 덧유리, 방풍재, 진공 단열재 설치를 지원해 주기 위해 에너지 절감 효과성 실증사업도 진행 중이다. 에너지 효율 개선 공사를 하고 싶어도 정보가 없거나 맞춤 시공을 원하는 시민들을 위해 서소문 청사 1층 '저탄소건물지원센터'에서 맞춤형 종합 솔루션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 상담을 통해 개별 건물·주택의 특징을 파악하고, 서울시 지원사업 중 최적의 사업을 추천해 준다.

결국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다소비 구조에서 탈피하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는 난방비와 전기요금을 절약하고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는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과 더불어 에너지 취약계층이 기후위기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이어나갈 것이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