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 달러화 강세(강달러)로 우리나라의 준비자산(외환보유액의 총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던 2008년 이후 처음 줄어들었다. 일명 '서학개미'로 불리는 해외주식 투자자의 자산 가치도 대폭 하락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준비자산은 전년 대비 400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자산은 긴급할 때 사용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준비자산이 14년 만에 처음 감소한 것은 지난해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로 시중에 달러화를 풀었기 때문이다. 강달러 영향으로 지난해 10월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로 치솟았다. 유로화, 일본 엔화 등 기타 통화 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준비자산이 줄면서, 우리나라의 대외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전년 대비 3.8%포인트 상승한 39.4%로 올라섰다. 연간 기준으로 2011년(45.2%)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분기별로는 지난해 2분기 41.9%로 정점을 찍고 계속 내려오는 추세다.
대외 건전성도 비교적 양호하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았지만, 우리나라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꾸준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채권(만기 1년 초과) 투자자가 늘면서, 대외 건전성 지표인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1998년(23.3%) 이후 24년 만에 가장 낮은 25.1%를 기록했다.
강달러는 해외 투자자의 자산 가치도 끌어내렸다.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글로벌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증권투자자산(-954억 달러)을 중심으로 국내 거주자의 해외 자산(대외금융자산)은 전년 대비 513억 달러 줄었다.
같은 이유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 자산(대외금융부채)도 줄었는데, 감소폭(-1,383억 달러)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이처럼 대외금융부채 감소폭이 대외금융자산을 크게 웃돌면서 순대외금융자산은 사상 최대치인 7,466억 달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