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을 바위에서 뽑는 자에게는 영국 국왕의 권한이 부여될 것이다." 명검 엑스칼리버에 대한 일화이다. 엑스칼리버는 주인이 정해져 있는 마법의 칼이다. 생명력과 영험함이 부여되어서 칼이 선택된 주인에게 자신을 허락한다는 특별한 칼이다. 명검의 가치를 표현한 극치라고 할 수 있다.
"명품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는가?" 희소성, 정교성, 특별함 같은 것들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명검을 장인의 손으로 만들었을 때, 그 칼을 사용할 만한 무예를 연마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나쁜 마음을 품은 자에게 소유된다면 재앙이 될 것이다. 좋은 칼이란 좋은 용도로 사용될 때 그 가치가 배가된다.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대별된다. 양적 가치와 질적 가치이다. 양적 가치란 수치적 가치로, 많은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을 높게 평가하는 가치 척도의 방법이다. 투표제도도 양적 가치를 따른다. 한 표라도 더 많은 선택이 옳다고 결정하는 방법이다. 양적 가치의 연구방법은 통계학을 발전시켰고 학자들은 통계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경향을 보였다. 설문조사 결과 선호도가 높은 함수에 대하여 높은 점수를 주는 방향으로 자신의 이론을 주장하는 연구방법을 선택한 사례가 많았다.
반면 질적 가치는 2010년대를 전후하면서 질적 연구방법론이라는 이론체계가 국내에 각광을 받기 시작하며 등장했다. 대상 그룹의 깊이 있는 고찰을 통해 이론의 검증을 도출해 내는 방법이다. 양적 평가와 질적 평가는 상호 상보적이다. 그래서 이 두 체계가 융합, 공존하면서 평가의 입체적 확보가 필요하다.
어떤 공공 기업 어워드의 경우 평가할 항목에 따라 경쟁업체 순위가 바뀌는 사례가 있다. 두 경쟁업체가 분명 서로의 장단점이 있는데 평가자가 어떤 점을 높은 배점으로 정하는가에 따라 순위가 바뀐다면 그것이 정당한 평가기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평가란 참 어려운 작업이며, 신중해야 하는 과정이다. 오늘날의 경제적 관점에서는 특히 그렇다. 일론 머스크가 달에 도시를 만들겠다는 제안을 했을 때 주식가치가 급상승한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다. 현대사회의 가치체계는 현실보다는 미래와 꿈을 중시하는 장면이었다. 최근 챗GPT의 등장이 주식시장의 판세를 흔들고 있는 현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가치척도의 기준이 크게 변모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의 건축공간에 대한 가치는 양적 접근에 머물러 있다. 평당 단가가 그것이다. 집은 1980년대 지어져서 녹물이 나오고 주차공간도 없어서 생활환경이 불리한데도, 평당 가격은 억대가 넘는다. 이 평당 단가라는 양적 가치는 누가 만들어 낸 가치인가? 평가자들은 이 낡은 아파트가 재개발이 될 가치, 역세권과 인접 인프라의 가치에 따라 그 가치를 정한다. 아쉽게도 건강한 위치에 가족이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공간과 건축적 가치는 그 평가 가치에 들어 있지 못하다. 평당 단가라는 가치와 그 가치의 함수값과 척도가 수정되지 않는 한 우리는 영원히 지역경제성이라는 아우라에서 해방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분명 행복한 주거권을 누리길 원하지만 그 행복의 근원이 경제성과 밀접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주거환경에 만족하는 기이한 현상을 허락하는 것이다. 평당 가치에 지배당할 것인가? 아니면 자유롭게 살 것인가? 삶의 선택권은 나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