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 초대형 건축물이 또다시 들어선다. 이미 추진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처럼, 이번에도 주도 인물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다. 그러나 자금 확보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사우디가 경제발전계획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수도 리야드 북서쪽에 큐브(정육면체) 모양의 초대형 마천루 ‘무카브(Mukaab)’를 짓는다고 보도했다. 총자산이 6,200억 달러(약 805조3,800억 원)에 달하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자금을 대고, 무함마드 왕세자가 설립한 신생기업 ‘뉴 무라바 개발 회사(NMDC)’가 진행한다.
무카브는 가로세로 길이가 각 400m인 ‘큐브’로 설계됐다. 미국 맨해튼 면적의 3분의 1가량인 19㎢(약 574만7,500평)에 달하는 신도심 ‘뉴 마라바’(New Murabba·새 광장)의 중심에 있는 건물이다. 특히 400m 높이의 초고층 건물이라 도심 어디에서나 무카브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NMDC는 설명했다. ‘토목 군주’로 불리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또 다른 토목 건설 프로젝트인 셈이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사실상 큐브 모양의 도시 한 곳을 새로 짓는 것이라는 평가다. NMDC의 설명 자료에 따르면, 무카브에는 11만여 개의 주거 및 숙박 공간, 8만9,256㎡(약 2만7,000평)의 상업 공간과 기술·디자인 대학 등이 들어선다. 고대 유적을 본따 만든 외벽과 건물 안쪽엔 홀로그램 기술이 응용돼 울창한 숲, 공중에 바위가 뜨는 외계행성 등의 3D 영상을 허공에 띄울 수도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야심작 ‘네옴시티’와도 닮았다. 2016년 발표된 네옴시티는 로봇과 에어택시가 다니고 인공 달이 뜨는 초대형 미래도시다. 지난해에는 마치 하나의 장벽처럼 170.5㎞ 길이로 쭉 뻗은 단일 건물 ‘더 라인(The Line)’, 사막 속 스키 리조트를 만드는 ‘트로제나’ 프로젝트도 공개됐다.
다만 “왕세자가 허황된 약속만 늘어놓는다”는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자금 문제가 가장 크다. 막대한 공사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 불투명한데, 대형 건축물만 줄줄이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도 1조 달러(약 1,239조 원)에 이르는 자금 문제로 진행이 더딘 상태다.
2022년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는 유가의 불안정성 때문에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기댔으나, 충분한 자금을 모으지 못했다. 2030년까지 연간 FDI를 1,030억 달러(약 133조5,395억 원)로 늘리길 희망했으나, 2021년 FDI는 약 190억 달러(24조 6,335억 원)에 그쳤다. 전체 건설 비용이 당초 계획보다 두 배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7년 후 완공’이 목표인 무카브의 자금 조달 방편도 현재로선 모호하다. CNN은 “(무카브 건설의) 비용과 PIF가 자금을 어떻게 끌어모을 계획인지 문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네옴시티와 무카브뿐 아니라, '비전 2030' 자체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점치기도 한다. 한국 롯데월드 타워 높이(약 500m)의 마천루가 100㎞ 이상 이어지는 '더 라인'의 경우, 건축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견해마저 나온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단언한 '친환경 도시'도 회의적 시선에 휩싸여 있다. 대규모의 토목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사막 기후에서 스키장 유지를 위해 필요한 인공 눈 등이 오히려 환경에 더 해롭다는 지적이다. 각종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데도 사우디 당국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한다고 CNN은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