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알리고 우크라이나 간 바이든...젤렌스키 웃었고 러시아·공화당 화냈다

입력
2023.02.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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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철통 보안 속 우크라이나 5시간 방문
미국, 오해 피하려 러시아에 방문 사전 통보
"바이든, 네오나치에 충성 맹세" 러 맹비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위험을 무릅쓴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이 반향을 낳고 있다. “푸틴의 정복전쟁은 실패하고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언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내 전쟁을 끝내겠다는 결의를 봤다”며 화답했다. 반면 러시아는 강력 반발했고, 미국 공화당에서도 강경파의 비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선 철통보안, 정찰기 보호 속 5시간 방문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5시간 동안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의 동선 보안은 철통같았다. 19일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한 바이든 대통령은 해외 방문 때 타는 보잉 747 에어포스원 대신 보잉 757기를 개조한 공군 C-32기에 올라탔다. 백악관 풀기자단도 평소보다 적은 2명으로, 남성 사진기자와 여성 취재기자 각 1명씩만 동행했다. 이들은 보안 서약을 하고 휴대폰도 맡겨야 했다. 백악관 참모진 동행자도 최소화했다. 그 덕분에 24시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이동 과정은 노출되지 않았다.

미군이 주둔하지 않고, 실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국가에 현직 미국 대통령이 간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처음이었다고 미 CNN 등은 전했다. 2차 세계대전, 한국ㆍ베트남ㆍ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전장을 방문하기는 했으나 그때는 미군 부대가 장악한 지역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독일과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뒤에도 미군 E-3 센트리 조기 경보기와 RC-135W 리벳조인트 정찰기 등이 폴란드 영공에 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다만 미국도 러시아 측에는 19일 출발 직전 사전 통보를 했다고 한다. 오해나 오판을 막기 위해서였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출발하기 몇 시간 전에 (러시아에) 이를 알렸다”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연내 종전" vs 푸틴 "서방이 분쟁 확대"

우크라이나는 고무됐다. 공습경보가 울리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키이우 시내를 함께 걸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에서 올해 우리의 공동 승리를 보장하기 위해 어떻게 모든 일을 해야 하는지 바이든 대통령과 얘기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단계는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단력뿐이고, 오늘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의 이런 결의를 봤다”라고 소개했다.

5억 달러(약 6,500억 원) 상당의 미국 군사 원조는 물론 미국으로부터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경고를 이어갔다. 그는 "누구도 세계의 전략적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서방이 지역 분쟁을 글로벌 분쟁으로 확대하려 한다"며 "우크라이나에서 확전의 책임은 서방 엘리트에게 있다"라고 비난했다.

미국 내에서도 딴소리가 나왔다. 2024년 대선의 공화당 유력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우리나라에는 그(바이든)가 방치하고 있는 많은 문제가 쌓여 있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