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덜 붙이고, 우대 확대... 은행권 대출금리 속속 인하

입력
2023.02.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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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 금송아지보다 당장 물 한 모금"
당국 지적에 금리 인하로 대응전략 선회

‘돈 잔치’ 비판에 직면한 은행권이 앞다퉈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다. 10조 원이 넘는 대규모 사회공헌 대책에도 좀처럼 여론이 나아지지 않자, 금융 소비자가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금리 인하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인하한다고 21일 밝혔다. 상품별로 KB주담대(신잔액코픽스 기준) 금리는 최대 0.35%포인트, KB주택전세자금대출・KB전세금안심대출 금리는 최대 0.55%포인트 낮아진다. 최근 3개월 사이 벌써 세 번째 금리 인하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75%포인트 낮췄고, 지난달에도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최대 1.05%포인트, 1.3%포인트씩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역시 이날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금리 산정 과정에서 은행이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자발적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최저금리는 각각 연 4.286%, 4.547%로 내렸다. 대출 한도는 상향 조정했다. 신용대출 최대 한도는 2억5,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2억 원에서 2억4,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우리은행은 최종금리 적용 전 깎아주는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실질 금리를 낮췄다. 이날부터 거래실적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우대금리를 적용해 주담대 신잔액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를 0.45%포인트, 5년 변동금리를 0.2%포인트 빼준다. 그 결과 신잔액코픽스 6개월 변동금리는 5.91∼6.71%에서 5.46∼6.26%로, 5년 변동금리는 5.24∼6.24%에서 5.09~6.09%로 낮아졌다. 다른 시중은행도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의 경쟁적 금리 인하 움직임은 악화한 여론을 수습하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앞서 은행권은 3년간 10조 원 이상 규모의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실제 은행들이 내놓는 재원은 7,800억 원에 불과한데 공급 효과로 액수를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17일 “3년 후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비자들에게 와닿는 대책, 즉 금리 인하에 자발적으로 나서 달라는 우회적인 압박이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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