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쓴 배 정박용 로프, 재활용해 나일론 원료로 다시 태어난다

입력
2023.02.21 18:30
연간 20여t 로프 소각 또는 매립
염분 빼고 가공해 재활용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그동안 폐기물로 처리되던 배 정박용 로프를 재활용해 나일론 원료로 만든다고 21일 밝혔다. 수명이 다한 로프를 원료로 재활용하는 순환경제체계를 만든 건 국내 선사 중 HMM이 처음이다.

HMM은 이날 해양폐기물 관리 전문업체 포어시스와 로프를 활용한 순환경제체계 구축을 위한 자원순환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선박이 항만에 정박할 때 두꺼운 로프(계선줄)로 배를 단단히 고정하는 데 배 한 척에 약 20개의 로프가 필요하다. 작은 원양 컨테이너선의 길이가 340m에 달해 서울 여의도의 파크원 빌딩(69층·333m)을 가로로 눕힌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선원들의 안전과 직결된 도구인 만큼 해운사들은 5~7년 주기로 교체한다. HMM에서는 연간 20여 톤(t)의 수명을 다한 계선줄이 생기는데 그동안은 땅에 묻거나 불에 태웠다.

HMM이 포어시스와 맺은 협약으로 다 쓴 로프 표면에 염분이나 이물질을 친환경 기술로 없애 이를 가공한 뒤 재활용 나일론 원료로 생산하기로 했다. 중량 기준으로 로프의 80~90%가 재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포어시스는 2017년부터 해양쓰레기 수거·처리·재활용을 통합 관리하는 회사다.





정박용 로프가 원사(原絲·직물의 원료가 되는 실) 형태로 모습을 바꾸면 의류나 잡화, 생활용품 등 나일론 소재의 제품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된다. HMM 관계자는 "다 쓴 계선줄을 재활용하는 사례는 국내 선사 중에선 처음이고 글로벌 선사 중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자랑했다.

HMM은 지난해부터 배에서 발생하는 페트병을 수거해 의류로 재활용하는 '인천항 자원순환 경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운업계에서도 친환경과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해양환경 보호와 관련된 사회공헌 활동 범위도 꾸준히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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